풍수지탄/ 효 받을 자격이 있나?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2021-03-10     정문섭 박사

풍수지탄(風樹之嘆, fēng shù zhī tàn)

바람 풍, 나무 수, 갈 지, 탄식한 탄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 나무는 멈춰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질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네. - 중국 전한시대 한영(韓嬰)이 지은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오는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새 달력이 오면 걸기 전에 부모님 생일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기는 했다. 평소 효도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오고 또 배워 왔으므로 늘 의무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대출금 원리금 갚느라 애들 학비 대느라 옷 사 입히느라 쪼들린다는 온갖 핑계를 대며, 나중에 돈 모으면 부모님께 선물도 용돈도 드려야지 하던 어느 날 문득, 어머니 가시고 또 얼마 후 아버지도 가셨다.

이 성어가 말하는 것처럼 난 이제 효도 좀 해 보려는데 다 가셨네.’라고 말하며 후회하고 있지만, 돌아가신 후에 무슨 소용이 있나? 변명일 뿐이다. 근데, 난 자식들이 명절이니 생신이니 하며 선물과 용돈을 안겨줄 때면 받기가 좀 께름칙하다. ‘난 사실 내 부모한테 그리 못했거든,’ 부끄러운 것이다. 양심의 가책이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다.

중국 춘추시대 공자가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던 어느 날, 몹시도 구슬프게 울고 있는 고어(皐魚)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대는 부모가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어찌 그리 슬피 우는가?”

저는 살아오면서 세 가지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어려서 학문을 닦는다고 천하를 돌아다니다 고향에 와보니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신 후였습니다. 애써 섬긴 주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주군을 떠나 행방을 감추었습니다.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가 있었으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 절교하여 멀어졌습니다. 나무가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을 하려 하지만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한번 가면 쫓아갈 수 없는 것이 세월이요, 떠나가면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이 부모님입니다.”

고어가 이 말을 마지막으로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감명을 받은 공자가 돌아서서 제자들에게 깨우침을 전했다.

이 말을 훈계로 삼아 기록해 두어라. 훌륭한 교훈이 될 것이다.”

제자 중에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를 봉양한 자가 열에 세 명이나 되었다.

이 성어는 부모님 살아생전에 잘 해드려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부모님 돌아가시면 효를 못했다하여 후회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면 효()를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속으로만 하는 효가 있다. 아무도 모르는 이런 효는 효가 아니다. 말로만 하는 효가 있다. 공허하다. 입에 발린 것에 불과하다. ‘드리는 효라야 비로소 효는 완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들보다 잘난 모습을 보여드린다. 맛있는 것과 옷을 사드린다. 돈도 드리고 집도 사드린다. 즉 실천해야만 후회하지 않는 효를 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성어처럼 효를 못해 후회하고 심지어 죽어버리기까지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낳기만 하고 잘 키워 주지 않고 공부도 잘 시켜주지도 않고 남겨준 재산도 없다.’며 따지고 드는 자식들도 있다. 정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세태의 한 면이다.

부모님은 이미 가셨고 이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그래서 난 요사이 내가 후회의 대상이 되는 부모였는가?’를 두고 생각이 깊어졌다.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딸의 어버이날 카드와 현금을 보며, ‘내가 과연 자식들의 효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하며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난 자식들에게 잘해 주려 노력하였다. 이는 부모로서 갖는 본능이요, 당연한 의무요 책임이니 잘해 주었다고 자랑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들보다 잘해 주었나? 자식들이 만족할 만큼 다 주었는가?’ 하고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