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살기 좋은 고장’이란?

서대현(유등면 유촌리 새뜰마을사업추진위원장)

2021-06-02     서대현 위원장

살기 좋은 고장이란 생각하기에 따라 각기 다를 것이다. 내가 사는 마을은 섬진강과 채계산, 중군봉이 있어 맑은 물, 청정한 공기,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어울려 평화롭게 사는 살기 좋은 고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아쉬움도 있지만 모든 게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시골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중학교 졸업 이후 직장생활까지 타향에서 생활했기에 고향은 그냥 좋았다. 6년 전 퇴직 후에는 농사도 짓고 지역 사회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맡게 되었다. 면민회장, 면지추진위원장, 이장 등. 현재는 새뜰마을사업추진위원장’(2019~2022)을 맡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퇴직 후 사회활동을 하면서 현직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큰 실망을 하고 고향에 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살기 좋은 고장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있어 참으로 아쉬운 시점에 있다.

왜 그런지 그런 얘기들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지방자치 실시로 소규모 농촌 지역은 선거꾼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선거꾼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후보자에 충성하게 되고 다른 후보의 입장에 있거나 적극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원수나 적으로 인식하는 못 된 풍토를 보게 된다. 더구나 후보에게 큰 호감을 받도록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여 특정한 사람을 배척하게 하는 분열의 씨앗을 뿌리게 된다. 이런 풍토 때문에 지역사회가 분열되고 통합을 해치는 일을 만든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둘째, 이렇게 해서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은 그런 선거꾼들의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행정을 하다 보니 선거 때 많은 표를 모아준 사람이나 업자가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며 지역개발 사업이나 이득이 그런 선거꾼들에게 가고 그렇지 못한 세력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것이 올바른 일인가? 다 같은 군민이고 세금을 내며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는가?

셋째, 인구가 적은 농촌에서는 이긴 쪽에 못 끼면 기 펴고 살기가 힘들다. 자치단체장이 모든 정보와 재정을 쥐고 있어 같은 편이 아니면 어디다 하소연도 못 하고 속앓이하다 끝난다. 선거꾼들이 열나게 선거운동을 하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특정한 사람이나 마을을 배척하여 마을 사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마을 사업으로 전라북도에서 지원해 준다는 예산을 군에서 거절하여 그 피해를 마을 주민들이 입고 있다. 특정한 사람이나 마을을 배척하여 마을 사업에 영향을 주어서야 되겠는가? 공익을 위한 사업에 그렇게 하면 되겠는가? 군에서는 예산이 부족하여 국가 공모사업에 큰 노력을 하고 있고 성과도 거두고 있다. 그런데 지원해 준다는 예산을 왜 거절하는가?

넷째, 자치단체장은 3년 전 각 면 단위 면민의 날행사장에서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때 뒤 꼭지가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 약속이 잘 지켜지면 좋겠다. 그래서 참 좋은 순창’ ‘살기 좋은 고장이 되면 좋겠다

위와 같은 사유로 많은 군민이 힘들어 하고 있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풍토에서 살기 좋은 고장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군에서는 여러 가지 정책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머물러 살고 싶은 행정이 먼저인 것 같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더는 없기를 바라고 이 고장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