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막걸리 - 소정선

2021-08-25     소정선 시인

막걸리

소정선

좁다란 평상 위에 놓인
막걸리와 대접이
나란히 하루를 담아내 보인다

오늘의 고단함을
빈 통으로 보여주고
안주 없는 젓가락만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슴 한 편의 쓰라림
동공이 반응을 보이고
장봐온 두부를 접시에 담아내면
없어도 된다던
이유 없던 젓가락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내일은
젓가락 없어도 되는
아빠가 좋아하시는
새콤한 청포도를
주전자 옆에 놔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