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출향 - 정봉애

2021-11-24     정봉애 시인

출향

 

성원 정봉애

 

꽃답던 내 청춘

세월 속에 흘러 간 데 없고

삶에 지쳐 망가진 이 한 몸

가눌 수 없이 말라

 

삭정이가 되어

모처럼 고향 찾아 왔건만

그리운 부모 형제 보고 싶은 얼굴들

되돌아 올 수 없는 머나먼 길

떠나신지 오래고

 

눈 여겨 둘러본들 날 반기는 이 없어

낯설기만 한 고향 땅에서

하도 당황스러워

먼 하늘 바라보며 서성이는데

 

저 푸른 앞산 날 반기는 듯

푸르게

짙푸르게

싱그러움으로 둘러섰고

 

내 안 가득 흥건히

젖어드는 내 고향 흙 내음

잠시인들 내 고향산천 잊을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