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을 만드는 행복함을 바라며

2011-10-14     조남훈 기자

스무날이었다. 순창여중 유희은 양의 투병소식이 알려진 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에게 성금을 보냈고 쾌유를 빌었다.

군민들의 정을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기부는 돈이 아닌 마음으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20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행위로 옮기지 않았더라도 희은 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꽤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희귀병 혹은 난치병이란 그 자체로 앓는 사람이 적거나 치료비가 많이 든다는 말이므로 지자체에서 이들의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문의까지. 분명 이들은 누군가를 위해 벗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은 상당히 보람찼다. 취재하는 내내 행복한 마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꼈으니 기자로서도 꽤 큰 영광이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다는 기자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여기에서는 맞지 않았다. 연인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처럼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혹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사람에 대한 믿음과 정성, 그리고 희망은 ‘중립성’이라는 보도원칙에 우선한다.

벗을 만든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 벗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자신의 입장에 공감하고 기꺼이 손 내밀 수 있는 자세, 그리고 ‘같이’ 행동함으로서 완성되는 벗의 과정은 누구에게는 쉽지만 누구에게는 곧 죽어도 어렵다. 마음 외의 무언가가 개입된다면 그 자체로 걸림돌이 된다. 흑심을 걸러내는 것은 이후의 문제다. 그 점에서 군민들이 희은 양에게 보낸 성원의 순수함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몇 년 전 한 선배의 결혼식 피로연에서의 일이다. “신부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신랑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사실 행복하게 해줄 자신은 없다. 다만 행복이라는 관점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해 하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키는 행복도 중요하지만 만들어가는 행복이 더 중요하듯 순창군에도 ‘행복’이라는 관점이 만들어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벗을 만들어가는 행복은 이미 피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