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웅]‘워치독’이 되기 위해

2021-12-08     조재웅 기자

많이들 아시겠지만 언론은 언론학자들 사이에서 흔히 개에 비유되곤 합니다. 그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워치독(Watchdog)과 랩독(Lapdog)입니다. 워치독은 '감시견'을 뜻합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며 자유주의 체제의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지요. , 건강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위해선 언론의 역할이 그래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랩독은 말 그대로 권력의 애완견 같은 언론을 뜻합니다. 주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달콤한 간식을 받아먹는 그 안락함에 취해버린 언론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랩독은 결코 권력구조에 비판적일 수 없습니다. 다만 거기에 동화되고 기생할 뿐이지요. 권위주의 시대의 언론은 이런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감시견이나 애완견 같은 단순한 논리로 설명하기 힘든 또 하나의 유형을 학자들은 내놓았습니다. 가드독(Guard dog) 즉 경비견입니다. 가드독의 역할은 좀 복잡합니다. 언론 그 자신이 기득권 구조에 편입되어서 권력화되었고, 그래서 권력을 지키려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들이 지키려 했던 대상을 향해서도 공격적이 되는 것. 물론 그것은 지키려 했던 대상의 권력이 약해졌을 때, 혹은 지키려 했던 대상이 자신의 이익과 반하게 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어떤 언론인가. 그리고 우리 시민들은 지금 어떤 언론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는가.”

역시 언론학자들에 따르면, 오늘 예로 든 세 가지 유형의 개들 외에 또 한 가지가 있긴 합니다. 매우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눈을 감고 있는 언론. 슬리핑독(Sleeping dog)도 있습니다.”

언론인 손석희 씨가 2016427, 제이티비씨(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했던 말이다. 당시 손 앵커는 2016년 총선을 전후해서 달리진, 그리고 대통령의 언론사 간담회(426) 이후 드러난 변화무쌍한 언론들의 논조 변화를 보며 들었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뉴스를 보며 인상 깊었고, 다시 기자를 시작하면서도 떠올랐던 내용이다. <열린순창>은 어떤 언론이고, 나는 어떤 기자일까.

이것은 <열린순창>이나 기자 스스로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순창>을 구독하는 독자들이 판단해야 할 것이고 독자들로부터 인정받아야만 진정한 워치독일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언론이 워치독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는 언론은 더욱 쉽게 랩독이 되고 가드독’, ‘슬리핑독이 될 수 있다.

오죽하면, ‘대모암과 가인영농조합법인관련 기사를 연속으로 보도하자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기자가 성남에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가격이 많이 올라 돈을 많이 벌어서 취미로 기자 생활하며 기사를 마구 써댄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났을까. 웃을 수만은 없는 지역 언론의 현실이 아닐까.

기자는 최근 매주 로또를 구매한다. 로또라도 맞아야 제대로 워치독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웃픈(웃기고 슬픈)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다들 그렇게 한다는 흔한 말로 워치독이 되지 못하는 것을 합리화할 수 없다. 더욱 치열하게 워치독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새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