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님! 부담 없이 가져가서 맛있게 드세요!”

택배 기사에게 감사 선물 전한 홍유민(13)·홍세영(10) 자매

2022-02-23     최육상 기자
홍유민(13)·홍세영(10)

 

어머나 세상에 이쁜 우리 두공주님들 어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꽁꽁 얼어붙은 엄마의 마음조차 덩달아 녹는듯해요~^^ 추운 겨울 택배 기사님들 감사합니다^^”

지난 7일 유희경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속에서 자매는 택배 기사님! 최고! 감사합니다! 부담 없이 가져가서 맛있게 드세요!”라고 쓰인 상자에 커피와 초콜릿 등 간식을 가득 담아 들고 있었다.

택배 기사에게 줄 간식을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을까호기심에 엄마 유희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매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자매 용돈 아껴 선물 준비

겨울답지 않게 햇살이 따스하던 지난 12일 토요일 오후 230분 무렵 복흥 추령마을에 위치한 유희경 씨 자택을 찾아갔다. 도로 변에 자리 잡은 2층집은 멋진 돌담이 아늑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유희경 씨는 신문사에서 취재를 온다고 아이들에게 미리 말해줬더니 지금 살짝 긴장한 상태’”라고 귀띔하며 웃었다.

외부에 놓인 계단을 올라 2층 집안으로 들어서자 홍유민(13), 홍세영(10) 자매가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큰딸 홍유경(16) 양은 방에서 나와 인사를 한 후 정말 쑥스러운 듯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마주앉은 자매는 도대체 왜 취재를 온 건지 도통 모르겠다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택배 기사에게 선물을 드릴 생각을 하게 됐는지부터 물었다. 홍유민 학생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택배 아저씨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시면서 끼니를 못 때우시니까 허기짐을 때워드리고 싶어서 제가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동생한테 같이 하자고 얘기했어요. 부모님께서 주시는 용돈을 동생하고 아껴서 택배 기사님 선물을 샀어요.”

 

아이들 마음이 참 예쁘다뿌듯

택배 기사에게 전하는 자그만 상자 안에는 초등학생인 본인들이 좋아할 법한 초콜릿, 사탕, 비스킷, 과자 등 군것질거리가 다양하게 들어있었다. 피곤함과 갈증을 달랠 캔 커피와 봉지 커피도 따로 준비했다.

자매는 저희도 옷 같은 걸 택배로 시키곤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택배가 정말 많이 늘었다고 들었다고생하시는 택배 기사님들은, 저희가 아시는 분고 계시고 모르는 분도 계시지만 모두 힘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희경 씨는 아이들이 택배 기사님에게 드리는 간식 사진과 글을 제 페이스북에 올린 후에, 지인 몇 분에게 나도 그 사진을 보고 아이들처럼 택배 기사 선물을 집 앞에 준비해 놓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글과 사진을 올리는 게 쑥스럽긴 했지만, 여러 사람이 아이들 마음이 참 예쁘다는 격려를 전해올 때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큰딸 홍유경 학생은 정읍여중 3학년 진학 예정이고, 홍유민·홍세영 학생은 각각 동산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 진학 예정이다. 각각 세 살 터울인데 막내 홍세영 학생만 1년 먼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자매에게

 

커서 훌륭한 소리꾼이 되고 싶다

자매의 집을 방문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자매 모두 국악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자매들 부모인 홍진기·유희경 부부는 복흥 알음알음농악단운영지기이자, 동산초등학교 국악 강사였다. 동산초등학교는 국악특수학교로 지정돼 전교생이 국악을 배우고 있다.

세 자매는 일곱 살 무렵부터 엄마아빠한테 꽹과리와 장구, , 해금 등을 배웠다. 해금 연주를 요청하자, 잠시 머뭇거리던 홍유민·홍세영 자매는 각자 본인의 해금을 들고 연주를 선보였다.

유희경 씨는 유민이는 원래 남들 앞에서 연주를 안 하는데, 오늘은 어쩐 일로 연주했다방금 연주한 곡은 해금 연주 중 가장 어렵고 멋있다는 최고 작품, 해금독주곡(지영희류)해금산조고, 그 중에서 진양장단(24)만 쭉 연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매에게 꿈이 무엇인지물었다. 엄마 눈치를 살피던 홍유민 학생이 무겁게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답을 했다. 언니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홍세영 학생은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소리꾼이요라고 힘차게 답했다.

홍유민 학생은 국악 공부가 마땅치 않은 눈치였다. 학교 강사인 부모님이 매일 학교에서 국악을 지도하는 게 못내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다. 반면 막내 홍세영 학생은 커서 훌륭한 소리꾼이 되고 싶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내친 김에 자매에게 해금 연주와 소리 한 곡조를 요청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낙엽이 켜켜이 쌓인 마당 한 편에 자매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언니 홍유민 학생이 앉아서 해금을 잡자, 막내 홍세영 학생이 익숙한 듯 부채를 손에 잡고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열 살내기 소리꾼이 뽑아낸 당찬 곡조는 쏟아지는 햇살을 가르며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자매를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은 흐뭇함으로 가득 찼다. 유희경 씨는 세영이는 영광스럽게도 고 박유전 명창 태생지에서 태어났는데, 방금 부른 건 박유전 명창의 강산제 중 춘향가의 신연맞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자매가 들려준 해금 연주와 곡조가 쉼 없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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