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남자’가 해준 비빔밥

조은영(동계 내룡)

2022-03-02     조은영

 

옆지기 지인이 시루에 기른 콩나물로 비빔밥을 해준다 해서 산속 외딴집을 방문 하였다. 예전에 피아노 치는 남자로 소개했었던 그분이다.

마당에 들어서자 닭들 사이에서 개 한마리가 뛰쳐나오며 짖기 시작했다. 앞다리 한쪽이 절단된 상태에서 닭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코끝 찡하게 뭉클하다. 어릴 때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했는데 이렇게라도 살아 주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병원치료비 100만원은 이분에게 적은 돈이 아니다. 정이 많고 맘이 따뜻한 분이다

콩나물 비빔밥을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누구에게라도 밥을 지어 주고 싶었다며 요리가 즐겁다고 싱긋 웃어 주었다.

봄 향기 가득한 봄동에, 이맘때 가장 맛있다는 겨울무우 깍두기, 냉동실에 보관해 놓은 원추리로 끓인 된장국, 정갈하고 맛있는 밥상을 받고 보니, 나도 보답을 하고 싶었다.

3월 첫째 주 일요일에 노란색 염색을 한다 했더니 부인과 함께 오시겠다고 한다.

도시에 사는 아내와는 한 달에 한번 정도 만나는데, 서로 삶의 지향점이 달라서 아쉽다 한다.

#자세히들여다보면 #모든생명에 마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