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장]순창의 시민단체 출범을 지켜보며

2022-04-13     최육상 기자

오는 415일이면 순창에 정착한 지 정확하게 13개월이 됩니다. 순창에서 나고 자란 어르신들이 보시기에 저는 딱 하룻강아지이겠지요.

짧은 시간이지만 순창의 주민들을 만나면서 부모님 고향 순창을 제대로 알아가겠다고 매일매일 다짐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 무렵의 기억일 겁니다. 순창읍에 위치한 친가와 외가는 어렸을 적 참 좋은 시골집이었습니다. 제게는 많은 친삼촌과 고모, 외삼촌과 이모가 계셨습니다. 사촌 형제도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친척들은 현재 서울부터 제주까지, 해외에서도 살고 있습니다.

순창에 정착한 뒤 자주 만나지 못하던 삼촌과 고모, 이모들을 뵙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전화 통화도 어렵던 사촌형제들과 종종 소식을 주고받고 만나기도 합니다. 사람 사는 정을 나누는 기회가 많아진 것이지요.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삶의 변화입니다. 이 모든 변화는 순창이 고향인 부모님이 계셔서, 저와 사촌형제 마음의 고향인 시골집이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살고 있는 순창은 참 좋습니다. 공기 맑고 물 좋은 환경, 인심 좋고 정겨운 사람들, 느긋하고 여유 있는 삶의 풍경은 팍팍한 도시에서 찌든 몸과 마음을 자연 그대로 정화시켜 줍니다. 모든 게 좋습니다. 단 한 가지만 빼고서 말입니다.

군수 선거를 앞두고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이 있습니다. ‘내 편과 네 편 가르기가 극도로 심하다는 말입니다. 아직은 체감하지 못하지만 선거가 본격화되면 조만간 느끼게 되겠지요. 걱정이 앞섭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열린순창> 기자로서 취재를 하다 보면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취재할 때는 안 그렇지만, 안 좋은 내용을 취재할 때면 애를 먹곤 합니다. 특히, 군정을 비판하는 내용일 경우 주민들은 극도로 말을 아낍니다. 속된 말로 행여라도 공무원에게 찍히면 불이익을 당한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실제 익명을 전제로 기사를 쓰더라도 순창 지역에서는 누가 그런 비판 발언을 했는지 추측하는 게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동안 군정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실명을 밝히고 비판하기는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습니다.

익명에 숨어서도 앞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선거를 치르면서는 어떨지 어느 정도 예상이 됩니다. 서울 도시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입니다만, 누군가가 무슨 일을 하면 하루도 안 걸려서 순창 온 동네에 소문이 납니다. 각종 이야기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타고 순창 전역으로 퍼져 나갑니다.

지난 45일 화요일 저녁 7, 읍내 공유공간 이음줄에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가칭 6.1지방선거 출마자 정책검증 군민모임첫 모임이 열렸습니다. 취재를 위해 들린 그 자리에는 20여 명가량의 주민이 모여 열띤 논의를 했습니다. 이들은 순창에서 살아가며 좀 더 나은 순창을 바라는 주민들이었습니다.

회의가 한창 무르익으며 향후 활동 방향과 계획을 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였습니다. 이전까지 진지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던 이야기는 사뭇 심각해졌습니다. 심각한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지방선거에 대응하는 모임의 성격 상 제가 몸담고 있는 단체를 대표해서 참여하기는 어렵다.”

군과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기는 조심스럽다.”

제가 지켜본 회의에서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어떤 특정한 사람을 지지하거나 논란이 될 정치적 입장이나 내용은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지방선거를 맞이하며 유권자로서 어떻게 하면 순창군의 발전을 꾀하면서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달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모임에 참석한 이들에게 누구도 적극적인 활동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허락되는 만큼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자고 의지를 모으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몇몇 주민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습니다.

군부독재 서슬이 시퍼렇던 1975년 기자들이 언론자유의 깃발을 높이 들었던 때가 있습니다.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입니다. 그 때 기자들은 기자정신으로 뭉쳤습니다. 지금은 기레기(기자+쓰레기)’, ‘외레기(외람+기레기)라른 조롱을 듣습니다만,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언론에 몸담은 입장에서 건강한 시민단체가 활동하는 순창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