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장]“무투표 당선자는 신의 아들, 축복받은 자”

2022-05-25     최육상 기자

494.

오는 61일 치르는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 중에서 투표 없이 당선된 이의 숫자입니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선출하는 전체 인원의 12%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무려 5배가 넘는 무투표 당선자가 나온 것입니다.

무투표 당선자를 직군으로 분석해 보면 기초지방자치단체장 6, 지역구 광역의원 106, 지역구 기초의원 282, 기초비례의원 99명 등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대변되는 기득권 거대 양당 체제가 눈부신(?) 활약을 한 탓입니다.

‘494’라는 숫자는 지방자치 32년을 맞는 현실에서 분권으로 대한민국의 균형발전과 주민자치를 실현하자 취지가 퇴색해졌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저는 지난해 1월 순창에 정착하기 이전 그동안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으로서 투표를 했었습니다. 모든 선거에서 승패를 가늠한다는 수도권에서만 대통령 선거, 서울시장 선거, 경기도지사 선거, 국회의원 선거,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교육감 선거 등을 수차례 경험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모든 선거에서는 숱한 경쟁자들이 나서 자웅을 가렸습니다. 아무리 작은 선거라도 무투표 당선은 없었습니다. 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양당 세력은 이전에도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두 거대 정당 후보들을 제외하더라도 예외 없이 소수 정당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자신의 목소리를 외쳤습니다. 거의 모든 선거에서는 대개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당선되기는 했습니다만, 선거 기간 동안만큼은 국민과 시민들에게 소수의 목소리도 의미 있게 전달되고는 했습니다.

지난 19일 지방선거 공식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순창군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벌써 5명이나 나왔습니다. 기초의원 선거가 치러져야 할 가·나 선거구에서 각각 2명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군의원이 투표 없이 당선됐습니다. 기초비례의원 1명 역시 더불어민주당으로 무투표 당선되었습니다.

현재 군수 선거는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최기환 후보와 기호 4번 무소속 최영일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활동했던 두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순창군수 내부 경선 시점을 계기로 처지가 뒤바뀌었습니다.

군수 내부 경선에서 배제된 최영일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라북도의회 부의장에서 무소속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정치 신인이던 최기환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공식 후보가 되었습니다.

기가 막힌 건, 중앙무대에서 활동하는 정치인들이 무투표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순창을 찾은 중앙정치인들의 유세를 지켜봤습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중앙정치인들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으로 무투표 당선된 이들을 추켜세우는 발언을 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들었던 중앙정치인들의 발언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순창에서도 무투표 당선된 분들이 계십니다. 이 분들은 신의 아들입니다. 축복 받은 사람들입니다.”

아니, 무투표 당선자가 신의 아들이라니요? 축복 받은 사람들이라니요? 이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아무리 순창군민들께서 더불어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고 하지만, 중앙정치인들이 무투표 당선에 대해 축복 운운해서야 되겠습니까.

도의원은 지방선거 지역구에서 36명을 뽑습니다. 그 가운데 22명이 일찌감치 무투표로 당선됐습니다. 선출직 도의원의 61%가 무투표 당선자입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입니다.

무투표 당선예정자는 선거법에 따라 선거 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공약과 정책이 담긴 선거 공보물도 유권자에게 안내되지 않습니다. 오직 정당 공천권으로만 선거 결과가 판가름 납니다. 출마자에 대한 자질과 공약 검증 과정이 없으니, 유권자 입장에선 참정권과 투표권을 강제로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이라서, 전북이라서, 순창이라서 어떠한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 것일까요. 순창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한 정당정치에 줄 세우게 만든 책임에서 과연 군민들께서는 자유로우신 걸까요.

개인적으로 무투표 당선 등 이렇게 일방적인 지방선거는 처음 겪습니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 당선자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주민들과 함께 할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