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골소리/ 선량(善良) 뽑읍시다.

2022-05-25     림양호 편집인

6·1 지방선거로 온 나라가 들썩입니다.

거리마다 선거 현수막이 넘실대고 유세 차량에서 울려 퍼지는 개사한 선거 노래와 한 표를 호소하는 절박한 목소리가 온 동네에 가득합니다.

벌써 8번째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합니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우리나라 정치는 1인 장기 집권, 군부 통치 등 오랫동안 독재 정치 체제였습니다.

박정희 군사정부는 3선 개헌에 이어 종신집권을 위한 유신헌법 부칙 제10조에 이 헌법에 의한 지방의회는 조국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구성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지방자치제 논의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했습니다. 여기에 긴급조치까지 더했으니 지방자치제의 절대 암흑시대였습니다.

지방자치제는 김대중 대통령의 일관된 주장과 행동으로 이룬 열매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동시에 지방자치제 시행을 위한 독재와의 투쟁이었습니다. 1990108일부터 20일까지 13일간의 지방자치제 시행 관철을 위한 단식 투쟁등의 산물로 19615·16 군사쿠데타로 중단되었던 지방자치제가 불완전하지만 30년 만에 다시 실시된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지자제 도입으로 우리 사회는 많이 변했다. 무엇보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그곳의 주인이 되었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자연스러운 실험은 주권 의식을 고취시켰다. 중앙에서 일률적으로 부정 선거를 획책할 수 없고 지방이 중앙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주민의 투표로 임기가 보장된 일꾼이 어디를 보고 일하겠는가. 당연히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지역을 살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아직 지방재정이 취약하고 자치사무도 부족한 상태이고 자치경찰제 도입 등 많은 개선이 필요하지만, 주민들이 또, 투표로 지방정부를 선택합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200462일까지 출생한 만 18세가 투표권을 행사하고,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는 첫 지방선거입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살림을 도맡아야 일꾼과 그들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을 뽑고, 교육 행정의 수장인 교육감도 선출해야 합니다.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정당 후보에 투표하거나 후보자의 능력이나 가능성, 개인적 호불호나 친소 관계, 학연·지연 등에 따라 투표할 것입니다.

어떤 기준에 의해 투표하든 그 결과는 해당 지역과 주민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앞으로 4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한 일꾼을 뽑아야 주민이 주인인 진정한 지방자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냉정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지역경제와 복지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예리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추상적이고 감상적인 구호에 현혹되거나 안면·친소·사익에 따라 투표하면 4년 동안 후회하며 손가락 저주에 빠질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의 본질은 일 잘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을 뽑는 것입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두터운 청렴한 일꾼을 뽑아야 합니다. 지역 현안에 대해 어떤 대책과 방향을 제시하는지, 예산은 어떻게 확보하고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웠는지 검증해야 합니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당선자에 대한 평가와 감시는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 실패와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상시 감시와 평가가 필요합니다.

시민의식이 성숙하고 건강하게 깨어있어야 부정과 비리를 막을 수 있고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들의 선동과 사탕발림에 휘둘리지 않도록 건강한 시민의식을 길러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지방자치 성공을 위한 가장 큰 과제이자 희망은 시민’(주민)의 역량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 제도를 운용하는 시민의 깨어있는 의식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의 후보자 검증 활동에 박수 치고 연대하는 이유입니다.

일주일 남은 선거에서 꼭 청렴한 선량(善良)이 선량(選良)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