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쪽빛한쪽(9) 수수동 유월

선산곡 작가 수수동(水隨洞) 유월(六月)

2022-06-22     선산곡 작가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뒷집 작수정(勺水亭)에 어울리는 개울물소리, 수수동(水隨洞)은 온종일 새소리 물소리에 파묻힌다. 나무들도 그 소리를 들으며 키를 키웠을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화려한 꽃무리를 이루어주었던 벚나무. 이름만으로도 그 존재를 지닌 자작나무와 느티나무가 아침나절이면 훌륭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뜰 가장자리 곳곳에 심은 나무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키를 키웠다. 성장을 대비한 간격을 미처 생각 못하고 울타리 안쪽에 심은 나무들이 이제 자리가 좁다고 서로 몸들을 비빈다. 할 수 없이 며칠 전 나무 몇 그루 베어냈더니 뜻밖에 뜰이 넓어졌다.

노각 꽃들이 물위에 떠 있다. 나무는 개울 건너 멀리 산벼랑에 서 있지만 이따금 물 위로 떨어지기도 한다. 산허리를 훑는 바람에 날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낙화(落花)의 비장미가 물 위라서 어울리는 것 같다.

흘러가지 못한 하얀 꽃들이 물에 떠서 맴을 돈다. 그 위에 찔레꽃가지가 손을 내밀며 너울거린다. 찔레꽃은 노각 꽃과 함께 어우러져 진혼(鎭魂죽은 이의 넋을 달래 고이 잠들게 함)을 위한 꽃무리가 된다. 물소리는 레퀴엠(Requiem죽은 이를 위한 미사)을 닮고 하얀 꽃들은 조화(弔花)가 되어 조화(造化)를 이루며 흐느적거린다.

유월의 꽃, 유월의 흰 꽃은 차라리 달콤한 상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상처지만 아프지 않은 것은 세월 탓인가.

어느 순간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졌다. 곧 장마가 올 것이다. 수수동의 유월이 눅눅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