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쪽빛한쪽(10) 아직도 모른다

2022-07-27     선산곡 작가

 

 

장마는 마르고

수심은 그치지 않고

산 자의 슬픔은 고여 있고

 

풍경은 숨을 멈춘 듯 정적을 끌어안고 있다. 바람이 잠자는 땡볕의 한낮, 그 고요를 헤적거리고 싶은 충동이 단순하지 않다. 나뭇잎에 굵은 빗발이 떨어지는 소리는 순간의 착각이다. 자주 가는 이층집 찻집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그래도 오후에 비는 온다고 한다.

누님은 가셨다. 이별 뒤에 흉내도 내보지 못한 울음이었다, 눈물도 눈치가 보인다는 표현은 틀린 말이 아니다. 인내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숨어 울어보지도 않았다. 절제력은 간혹 찾아오는 불편함일 뿐이었다. 다만 지금 건드릴 수 없는 저런 정적이 위로가 아님은 알고 있다. 장마철 쏟아지는 빗줄기가 때로 반가웠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꽤 오랫동안 임윤찬(2022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 우승’)의 연주에 빠져있다. 영상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았고 그때마다 울컥해지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말은 곧 내 삶의 자리를 깨닫는 뜻이 되기도 한다. 이 위대한 열여덟 살 천재 피아니스트 때문에 가슴으로나마 빈번히 나는 울고 있다. 감추어진 눈물을 대신하는 그 울음이 희열인지 비탄인지 그것을 아직 모르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