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다문화이주여성 영화 '하이디 옷장'

우리영화만들자, 11월말 작은영화관 상영회 예정 김선영 우영자 사무국장

2022-11-02     김선영 사무국장

 

 

10월 마지막 일요일 오후, 멋지게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성들이 복흥면에 나타났다. 무슨 일인가 하여 동네 주민들이 구경나오고, 도로 한복판에서 길을 막고 카메라! 액션~”하고 외치며 분주히 돌아간다. 우리영화만들자 사회적협동조합(우영자)이 군내 다문화이주여성 영화동아리 좋은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두 번째 영화 <하이디 옷장> 촬영현장이다.

작년에 만든 영화 좋은 친구들이 지난 523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부문 최종상영작으로 선정되었고 인천에서 개최되는 디아스포라 영화제에도 정식 초청돼 관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올해에는 군의 예산지원을 받아 진행되었고, 멤버도 작년에 참여했던 인원에 첼과 로사리아가 합류하였다.

<하이디 옷장>은 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이 입고 싶었던 옷을 통해 작은 소망을 구현하는 영화이다. 18살에 드레스를 입고 생일파티를 하고 싶었지만 가난해서 하지 못했던 리타. 50세를 맞이한 마릴린은 골든 드레스를 입고 파티를 하는 것이 꿈이다.

어렸을 때 발레를 하고 싶었으나 집안 형편 때문에 접었던 하이디는 발레 튜튜와 슈즈를 신고 잠시나마 행복한 상상에 잠긴다. 팔반니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한복이 너무 예뻐서 꼭 한번 입어보고 싶다고 했다. 제복을 입고 싶었던 소녀 체리안, 그녀는 안타깝게도 키가 작아서 군인이 될 수 없었다.

<하이디옷장>은 현실과 허구가 섞여 있다. 실제로 코로나로 인해 생업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하이디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옷가게를 운영하게 된다. 그러다 과로로 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고, 병문안 온 친구들은 하이디를 위해 대신 라이브 방송을 하고, 패션쇼를 열고 생일파티 계획을 세운다. ‘그래, 어차피 영화는 판타지지!’ 첼은 필리핀 언니한테서 드레스를 선물 받고, 생일을 맞는 마릴린을 위해 칵테일 드레스를 준비하랴, 미장원을 예약하랴, 이렇게 모두들 힘을 모아 패션쇼 할 꿈에 부푼다.

이때 갑자기 체리안이 아이가 아파서 참여가 힘들다고 연락이 왔다. 갑자기 체리안의 대역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또 멜시는 촬영 예정 기간 중에 모국 방문 일정이 잡혀 있었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패션쇼를 마칠 수 있을 것인가?

영화촬영을 마치고 마닐린을 포함한 배우들은 촬영 내내 힘들었지만 행복했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지난 94일 첫 모임을 시작해 각자 옷에 얽힌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촬영까지 마친 단편영화 <하이디 옷장>은 이후 전문가의 후반 작업을 거쳐 읍내 작은영화관에서 오는 11월 말 군민 대상 상영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