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사람처럼]나의 통일론

2023-09-13     채광석 시인

나의 통일론

채광석

 

남북통일을 원하신다면

내년 삼월이라든가 팔월이라든가

어른것들 다 빼고

한반도 종단 열차에

남과 북 어린아이들만 하나 가득 태워

한 사나흘만

남북으로 동서로

맘껏 뛰어놀게 해보라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을 알기 전에

와글와글 바글바글

서로 섞어보라

날 저물어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 앞

갑자기 두고 온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생떼를 쓰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때

통일은 저절로 온다

평화도 저절로 온다

어른것들 없이도

아무것들 몰라도

 

채광석 시인. 1968년 순창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재학 중인 23세 때 등단했다. 하지만 등단은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등과는 화려함의 결이 전혀 다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에 절필을 한 후, 나이 쉰이 넘은 지난 20192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를 펴냈다. <오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