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사람처럼]서른4 화려한 불안

2023-12-19     채광석 시인

서른4 화려한 불안

 

채광석 시인

 

열심히 일했다

화려한 차를 몰았고

화려한 호텔에서 밥을 먹었으며

화려한 침대에서 자기도 했다

이제는 시인이라 기억해주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다들 학원 이사장이라 불렀다

몇몇 신문사에서는

사교육 시장을 접수한 386 운동권이란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는데

내 이름도 포함되었다

무언가

큰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대의 중심에서 비껴선

변방의 일상은 화려했지만

화려함이 어떤 불안 속에서 뒤척였다

몇몇 학원 원장들도

나랑 비슷한 생각이었다

 

채광석 시인. 1968년 순창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인 23세 때 등단했다. 하지만 등단은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 등과는 화려함의 결이 전혀 다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에 절필을 한 후, 나이 쉰이 넘은 지난 2019년 2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를 펴냈다. <오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