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버스는 ‘어르신들의 발’이다

2012-05-16     정기애 기자

농촌사회는 산과 들이 넓은 반면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은 여기 저기 떨어져 있다.

이동거리가 그만큼 넓기 때문에 도시보다 오히려 자동차가 더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촌지역의 버스는 주민들을 실어 나르는 ‘실핏줄’ 같은 구실을 한다. 뾰족한 대체 교통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어르신들의 발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버스인 것이다. 농촌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버스를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버스를 타려면 마을 입구까지 한참을 걸어 나가야 하고 또 시간도 많이 걸린다. 특히 무더운 한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버스 정류장까지 나갈 엄두가 쉬이 나지 않는다. 이러니 조금이라도 마을과 가까운 곳에 버스가 서주면 좋겠다는 것이 어르신들의 바람인 것이다. 작은 버스라도 마을과 마을을 구석구석 좀 자주 다니면 얼마나 편할까? 텃밭에서 잘 키워놓은 상추 한단을 시장에 갖다 팔고 싶어도 읍내까지 나갈 재간이 없다. 허리 아프고 다리 아파 병원에 가야 하는데도 비싼 택시비가 아까워 도로 주저앉아 버리기도 한다. 나이 들어서 차를 살수도 없고, 운전을 배울 수도 없는 처지이니 누구에게 하소연 할 곳도 없다. 지금은 일부 오지마을의 일이긴 하지만 갈수록 노령화 되고 있는 농촌사회에서 앞으로 더 빈번하게 일어날 불편들이다. 군이나 버스업체 관계자들은 탈 사람도 몇 명 안 되는데 마을마다 뺑뺑 돌 수는 없다고 한다. 유류 값도 비싼데 경제적이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갈수록 농촌인구는 줄어들고 고령화되고 있는데 대책은 더디기만 하다.

높으신 분들은 교통취약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검토’만 할 것인가? 그들이 책상머리에서 서류만 붙잡고 있는 동안 ‘이동의 자유’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곧 죽을 사람이라 아무도 신경을 안쓴다’는 지판금 할머니(81ㆍ인계 지산)의 푸념이 우리들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