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길 탐방...담양 한빛고 동아리 30여명

하울림 동아리 30여명 섬진강 푸르름에 물들다

2012-05-22     정기애 기자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손목에 풀꽃시계도 만들고
길가 빨간 산딸기도 따먹고
초록숲 카메라에 가득 담고

<열린순창>과 함께 걷는 섬진강 마실길 세번째 행사가 지난 19일 담양 한빛고 답사 동아리 ‘하울림’ 학생들과 지도교사 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구미장수회관에 도착한 학생들은 양병완(본지 편집위원) 숲 해설사의 안내로 마을안쪽에 있는 종가집 방문에 나섰다. 학생들은 홍패와 백패 등 조선시대 고문서를 들여다 보며 글씨솜씨에 감탄하고, 아는 한자를 띄엄띄엄 읽으면서 한마디씩 한다.

‘우와, 글씨 진짜 잘 썼다. 근데 뭔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한글로 쓰라고 해도 이렇게 못쓰겠다’  종가집을 둘러본 학생들은 다시 장수회관으로 돌아와 민요와 판소리를 배우고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가진 후 본격적으로 마실길 걷기에 나섰다.

마실길 걷기는 장수회관에서 출발해 거북바위, 장군목 구름다리를 건너 현수교, 섬진강 마실 숙박단지와 북데미 작은 도서관을 거쳐 구미교를 지나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여정으로 8키로미터(km) 구간이다.

여름이 오는 섬진강변은 초록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푸른 산 아래에 노란 갯꽃, 하얀 찔레꽃, 이름모를 풀꽃들이 다투어 피어나 한결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코를 간질거리는 싸아한 풀내음과 바람이, 풍경이, 색깔이 좋은 섬신강 물길 따라 걷는 마실길.

호미 하나 들고 밭일 나가던 할머니는 인사하는 손자, 손녀 같은 학생들을 보며 ‘소풍왔나. 좋을때여’ 하며 함빡 웃음을 짓는다. 산길을 한참 가다 길옆에 빠알갛게 익은 산딸기를 따먹는 학생들의 얼굴도 티없이 밝기만 하다.

마실길이 초행인 광주에서 왔다는 이들은 어느덧 양 해설사의 섬진강과 숲에 대한 해설에 귀기울이며 일행처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기도 한다.

길 따라 걷기만 하면 마실길의 제맛을 모른다. 서로 말 한마디 건네고, 또 한마디 답하면서 함께 걷는 것이 마실길의 제맛이 아닐까.

논에서는 쟁기질이 한창이고 길에서 마주치는 동네 어르신들은 학생들의 인사에 발걸음을 멈추고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갈때까지 지켜본다. 이렇듯 마실길은 우리의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다. 시속 110km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는 볼 수 없는 삶이 있는곳, 그곳은 잃어가는 고향, 우리 농촌의 풍경인 것이다.

길따라 걷던 학생들이 양 해설사의 돌발 퀴즈에 주위로 몰려든다.

‘피톤치드에서 내는 물질 이름은?’ ‘호르몬, 광합성, 미토콘드리아 등등’ 학생들과 지도교사의 오답행렬이 이어진다.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어 검색해 보기도 하지만 아무도 맞추지 못한 문제의 답은 ‘테르핀’이다.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요강바위에 다다랐다.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을 둘러보며 휴식을 취한 학생들은 구름다리를 건너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한다. 출발할때보다 한결 느슨해진 발걸음들이다.

둘씩, 셋씩 짝을 지어 걷고 있는 학생들의 손에 든 스마트폰에서 음악이 흘러 나온다.

‘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 앞에서 만나 홍차와 냉커피를 마시며 매일 똑같은 노래를 듣다가 온다네’ 경쾌한 하모니를 따라 흥얼거리는 학생들의 노래 소리가 정겹다. 음악을 듣다가도 무엇이 즐거운지 깔깔거리는 웃음이 길위에 울려 퍼지며 섬진강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발걸음 또한 경쾌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