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언론, 솔직한 사회

2012-05-23     림양호 편집인

요즘 이거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 2008년 시ㆍ도 교육감 선거를 치러 각각 17년, 5년이 지나고 있지 만 지방자치단체의 현주소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비리로 누더기가 되고 이념이 혼재된 상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 자치가 민주화 역사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냉정 하게 공과를 따지고 보완과 개혁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더구나 최근 진보정당의 사태는 진실, 진위 여부를 따지기 전에 큰일이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주민들이 떼로 몰려가면 산 속에도 아스팔트를 깔아 줄 정도로 돈으로 마구 쳐 바르고… 선거 도운 사람은 묻지도 보지도 않고 사업주고 일자리 만들어 주는 몰염치… 다음 선거 에 당선이 되면 좋고 안 되면 빈 곳간만 넘기면 되니 이러다간 나라 거덜 난다.” “학교폭력 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난리인 거야… 그러나 요즘처럼 집단적인 따돌림과 더 거세진 폭력적인 현실은 무엇에서 기인하는 것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자치단체와 단위학교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냉소 섞인 자조다.

한 학교의 교사가 학생들의 엉덩이에 매 자국 을 남기고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는 언어폭력을 일삼고 항의하는 학부모에게 밖에 알리면 ‘당신 아들이 손해다’고 압박하는 현실. 아직 사춘기도 지나지 않은 초등생이 달아나는 상급생을 쫓아가 구타하는 집단 폭력 현장. ‘공주와 하인’이라는 게임 속 주인공처럼 역할을 분담하고 그것이 폭력이며 인격 훼손인지조차 모르는 시골학교의 모습. 늘 그 또래들 사이에선 있어왔던 일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현상에 놀랍다. 우리들의 학창시절에도 다툼은 있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난폭하고 잔인하며 집단적이지 않았다.

지역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수십억원을 들여 준비한 사업이 난관에 봉착하면 주민들에게는 한마디 상의 없이 계획을 바꾸고, 되지도 않은 사업이 다 된 것처럼 홍보하는 무모행정. 선거에서 특정후보에 줄서고 당선되면 ‘논공행상’ 에 따라 보상을 주고받는 사회. ‘맞춤형’ 특별 채용 기준을 마련하여 ‘특혜채용’으로 악용하는 ‘측근 챙기기’. 현직 공무원의 단체장 부인 ‘그림자 수행’. 이런 볼성 사나운 현상이 만연 한 나라, 차마 눈 뜨고 지켜보기에 무참한 지역. ‘공정사회’는 말뿐인 사회현상은 사람이 바뀌고 제도를 바꿔도 꿈쩍 않는다.

‘절차가 조금 잘못되어도 결과는 다르지 않으니 문제없다’는 기득권 논리의 득세는 매우 위험하다. 작금의 진보정당 사태를 보며 오랜 세월 진보정치를 위해 헌신해온 이들의 명예가 짓밟히는 모습이라 안타깝다. 그러나 죽어가는 진보정치를 살리는 게 급선무다. 먼저 사태를 수습하여 국민의 기대와 우려를 저버리는 우를 더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2001년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시작한 진보정당 12년의 역사가 절체절 명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부정을 못 본 체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잘못을 지적했다가 도리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황당한 사회, 불의와 비리의 틀을 깨려는 사람이 내몰리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우리 사회의 부정보다 고발을 더 나쁜 것으로 보는 이상한 병은 일제강점기나 군사독재정권 시절 고발이 주로 사악한 정부에 대항하는 올바른 사람을 일러바치는 도구로 쓰인 데서 생긴 병폐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내 주위에 있는 부정의 고리를 나 혼자만이라도 끊을 준비를 해야 한다. 사소한 정말 사소한 부 정까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언론이 달라져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 지를 밝혀내야 한다. 교황의 거짓 권 위와 맞서 싸운 루터 사제처럼 지혜롭고 과감하게 싸워야 한다. 장밋빛 감언에 귀를 세우기 보다 그들이 어떤 행적을 밟아왔는가 톺아보고 얄팍한 교언에 속아들지 말고 지난 행적과 인식을 들춰보고 총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언론은 달콤한 꾸밈과 타협해서는 안 된다.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게 알려야 솔직한 사회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