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자에 바라다

2012-12-25     조남훈 기자

글이 쓰이는 이 시각, 밖에서는 대 통령선거 투표가 한창이다. 예전 같은 시간대보다 투표율이 높다는 보도에 안도하며 올해 대통령 선거 과정을 되 짚어보는 계기도 됐다.

네거티브 공세가 작렬하기는 했지 만 해묵은 이념대결이 전처럼 부각됐 던 대선이 아닌지라 사람들은 특별한 이슈가 없어 아쉽다고도 했다. 각종 댓글을 비롯해 국정원 알바논란이 나 왔고 막판에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성을 이용하는 사진까지 오르는 등 부적절한 일들이 있었지만 일련의 사건들은 지난 2007년 비비케이(BBK) 의혹에 비하면 논란 축에도 끼지 못했 다. 그나마 안철수 현상이 새 정치를 원하는 사람들의 갈증이 폭발했다는 점에서 미래의 한국을 예측할 단서가 됐다.

필자는 선거과정에서 한 가지 굉장 한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후보가 국 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겠노라 선 전했지만 제도에 의해 삶을 바꾸는 것 에서 머물렀을 뿐 스스로 이야기 있는 삶을 만들어가도록 돕겠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는 교과과목 으로 교육철학을 배우지만 학생들에 게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는 교육을 만들겠다며 교육부가 열심히 정책을 펴나 사물의 속성과 행동 이유를 자기 존재에서 찾 는 어쩌면 가장 중 요하면서도 어려운 교육은 쏙 빼놨다.

수능에서 역사가 천대받다보니 학 생들이 과거를 알 기 위해서는 스스 로 공부해야만 했다. 그 통로라 할 수 있는 언론은 정부에 의해 입이 닫혔 다. 역사교육을 홀대하는 것과 언론을 통제하는 것은 부패한 정권에 불리한 일, 기록을 들추는 것에 대해 부담이 심했기 때문이다.

똑똑한 정부는 우매한 국민을 만들 수 있지만 우매한 국민은 똑똑한 정 부를 만들 수 없다. 그러나 똑똑한 국 민은 정권을 우매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정부가 똑똑한 국민을 만 들 때 진짜다. 진짜 정부라면 당장 역 사와 철학을 가르치고 그 학생이 훗 날 국가와 조직에 비판할 때 이를 반 길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의 저항의식 은 국가로서 골칫거리겠지만 조직과 제도를 튼튼히 다지는 기반이 된다.

새 지도자를 맞이할 즈음, 경쟁을 부추겨 계급을 굳건히 하고 우매한 국 민을 양산하며 단상 위에서 가르치려 는 비열한 정부의 모습이 다시는 나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한다. 저마다 발버둥 치며 사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가꾸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