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10)/ 시아버지 정 받으려 꾀 낸 서울떽의 족발맹글기!

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⑩

2013-02-01     황호숙 황홀한농부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살다가 살아가다가 가끔 무릎을 탁 치게 만들면서 ‘맞어, 맞어’하게 만드는 겁나게 좋은 싯귀절들을 만날 때마다 서울떽은 몸살 나게 황홀하구만요. 아조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땀 뻘뻘 흘리면서 먹고 나면 요기죠기 쑤시고 아팠던 몸들이 가뿐해지듯이 말이지라.
고은님의 시도 똑 고 모양새여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디요, 특히 시방 제 못난 시력 탓에 알아보지 못하고 흘려보낸 귀한 인연이나 사람은 없는지 자꼬 두리번거리게 되걸랑요. 세월이 많이 흘러서야 찾아낸 사람들의 멋지고 아름답고 황홀한 면을 보면서 ‘왜 그땐 보지 못했을까?’ 허는디 요런게 사람 철드는 건가봐요.
한번 두 번 칠을 거듭할 때마다 빛과 때깔을 더해가는 옻칠 같은 나이를 먹는 여자, 나이 한살 더 먹을수록 쬐깐한 매력 하나라도 넘쳐나는 사람이 되고자픈 2013년 서울떽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아조 잘 맹그는 족발이야그를 헐까 하구만요.
울 시아버님께서 미식가였다고 전에 쓴 적이 있는디라. 돼지를 막 잡아서 아조 싱싱헐 때 목살 따악 한 점과 순대에 쐬주 드시면 다른 돼지고기 요리는 안 드셔요. 둘째 임신했는데 집안에서 삼겹살 먹기가 거시기해서 팔덕식당에 큰 딸 손잡고 배 남산만 해갖고 삼겹살 두 근 먹고 왔을 정돈게요. 근데 서울 큰 시누께서 7~8년 지나자 일 년에 한번 정도 내려오실 때마다 족발을 해 오시는데 그건 겁나게 맛있게 드시는 거예요. 그 때쯤이면 젓가락으로 짐치 담던 지 음식 실력도 마을 언니들이 짐치 장사해도 되겠다고 웃어주실 정도가 되어 마을 사람들 무조건 우리 집으로 모이라고 해서 이것저것 음식 내놓는 재미가 쏠쏠할 때 였지라.
아버님은 아직 저에 대한 믿음이 없으셔서 계속 밀쳐내기만 하시고 정을 주지 않으셔서 괴로울 땐디 돌파구로 꾀를 낸 게 ‘족발을 만들어 보자’였구만요. 김제에 있는 목우촌에 가서 한족에 3000원씩 너댓벌을 사와서 열십자로 자르고 지저분한 곳 정리해놓고 큰 시누께 하나하나 물어봐서 족발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어디 쉬운 음식이 있을랍디여. 처음 익힐 때는 잘 안 익혀서 딱딱해불고, 간장을 진하게 혀서 짜불고, 족발 냄시를 못 잡아서 와장창 뒤집히고, 어떨 땐 때깔이 안 나고 희여멀건해 갖고 한쪽으로 밀쳐지고…. 족발의 간간함과 달착지근함을 우리집 남자들 식성에 따악 맞게 맞추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더라구요. 그 와중에도 다행인 것은 지의 고런 노력을 가상히 여긴 냄편이 족발 사오고 다듬고 하는 작업을 퉁퉁거리지 않고 나름 기쁘게 해주었응게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포기했을꺼구만이라.
하다 보니 내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기 시작하더라구요. 큰시누이의 방법에다가 첨가를 시작했어요. 우리 안골에는 자연적인 약초 나무들이 많이 있어요. 큰 가시의 엄나무. 온 몸이 가시로 뒤덮인 쥐엄나무, 두충나무, 노린내 제거에 좋은 젠피나무, 오갈피나무, 벌초하러 다니면서 따온 영지버섯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초나무들을 초벌로 삶을 때 함께 넣었어요.  조심스레 한 가지씩. 그리고 커피를 넣어 색깔도 입혀보고 소주도 넣어보고 표고가루도 넣어 보고 양파만 넣어 2차도 끓여보고. 그러니까 한 번도 똑같이 해본적은 없어분 것 같네요.
하하, 그랬더니 울 아버님이 정말 맛나게 드시더라구요. 추석이나 설날 때 해놓으니 오신 분들마다 귀히 여겨주시더니 급기야는 사둔의 사둔들까정 족발을 찾습니다. 한해는 너무 힘들어 안했더니 사둔들이 냉장고를 뒤지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발 했지요. 어떤 사둔은 저하고 동업하자고 하시질 않나, 밤나무산 풀 칠 때 내놓았더니 알밤 농사 짓지 말고 포장마차 하면 대박 나겠다고 꼬드기질 않나, 단비아빠 친구들은 족발 사올테니 만들어주라고 통사정도 합니다. 저, 이정도면 서울떽 잘나가는 것 아닌가요?
공짜로 알려 드릴께라. 한번 설날 해보시고 맛보러 오라고 하씨요, 잉!
 

<서울떽의 맛난 족발 요리법>
1. 족발을 깨끗이 다듬어 열십자로 잘라 달라고 해서 핏물 빼듯 놔두씨요.
2. 주위에 약초나무가 있음 넣고 없으면 젠피나무랑 생강 양파랑 푸욱 삶는데 끓었을 때 칼로 쓰윽 찔러봐서 잘 들어감서도 쫀득한 맛이 있을 때, 그 때 꺼내서 아조 찬물에 빨랑 헹구어야 된당게라. 순식간에 차갑게 맹글어야 쫀득한 맛이 있어라.
3. 큰 냄비에 간장, 소주, 약간의 물, 생강 얇게 썬 것, 통양파, 커피를 넣어 팔팔 끓인 후 물기 쫘악 빠진 족발을 넣고 한소끔 끓여 소쿠리에 담을 것(족발이 잠길 만큼 넣어 끓여냄)
4. 반지르한 윤기와 단맛을 위해 다시 새로운 간장, 조청, 소주 등을 넣어 족발을 넣고 끓임. 식으면 맛이 달라지므로 식은 뒤의 짭쪼롬함과 단맛을 염두에 두어야 함. 이때는 차곡차곡 놓으면서 참깨를 솔솔 뿌려주면 보기 좋은 족발이 먹기도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