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82) 유전자 변형 농산물과 농민의 앞날

2013-08-16     박재근 고문

유전자 변형 종자를 사용하는 농부가 금년의 수확에서 종자를 받아 내년의 농사를 짓는다면 농부는 이 종자의 특허권을 가진 거대 다국적 기업에 세금을 지불해야 한다. 농부가 유전자변형종자를 사용하되 번식이 불가능한 종자(터미네이터, 특허)라면 농부는 해마다 기업으로부터 새로 종자를 사들여야 한다. 자연은 모든 생명에게 무료로 생명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익 추구를 삶의 목적으로 하는 거대 자본가에 있어 무료라는 말은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말이다.
 
신흥 봉건제후(다국적기업)들은 유전자 변형 물질이 세계의 기아를 해결할 수 있는 절대적인 방편이라고 강변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006년에 내놓은 세계 식량불안에 관한 보고서는 상세한 통계수치까지 곁들여 가면서 현재의 생산력으로 볼 때 세계농업은 120억 명까지는 ‘별 문제없이(유전자 변형 식품 없이도)’ 먹여 살릴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별 문제없이’란 성인 인구 1명당 매일 2700칼로리의 열량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지구상 인구는 62억 명이다. 현재의 기아는 이들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

유전자 변형이 이루어진 식물은 특허권의 보호를 받는다. 이로 인해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몬산토사는 해마다 수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어들인다. 다음은 유전자 변형 소송 사건의 개요이다. 퍼시 슈마이저는 73세의 캐나다 농부이다. 1998년 몬산토 캐나다 지사가 고용한 변호사들은 한 밤중에 슈마이저의 밭을 찾아가서 그 밭에서 유전자가 변형된 유채 품종들을 발견했다면서 증거를 제시하고 유전자가 변형된 유채종자를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회사측에 40만 달러를 지불할 것을 요구하였다.
슈마이저는 거부했다. 그러자 변호사들은 특허 위조라는 죄목으로 그를 고소했다. 그들은 슈마이저라는 사람이 라운드업 래디라는 품종의 유채를 구입한 다음 허가도 없이 이를 되팔았다고 주장했다. 이 유전자 변형 유채는 라우드업 상표가 붙은 제초제에 저항하는 성질이 뛰어나다고 한다. 슈마이저는 몇몇 유전자 변형 유채 품종이 자신의 밭에서 자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씨앗을 가져다 준 것은 바람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이웃 농부들 중 일곱 명이 유전자 변형 유채를 심었던 것이다. 해서 자신은 소극적인 오염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1심의 판사는 단호했다. 판사는 바람에 의해 씨앗이 날아들어 왔을지라도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슈마이저는 매사에 정확하고 정직하며 신중한 농부였다. 그는 자신이 몬산토 사의 정탐꾼들보다 훨씬 먼저 자신의 밭에 이 씨앗들이 떨어진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 라운드업 제초제를 뿌렸을 때. 밭 가장자리 고랑 옆에 자라난 몇몇 유채가 희한하게도 잘 견디었던 것이다. 1심 재판이 끝나자 슈마이저는 겁이 덜컥 났다. 그는 부자가 아니었다. 무슨 수로 판사가 언도한 손해배상과 소급해서 내야하는 특허 사용료를 감당한단 말인가? “나는 돈이 없었으므로 파산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래도 아내와 아이들 농장만은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항소했다. 2004년 5월 21일, 6년간의 소송 끝에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결국 5대4로 슈마이저는 패소했다. 막강한 조직과 자본을 무기로 한 거대 기업 몬산토 앞에 농민이 맞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사람은 4억 명이었으나 현재는 8억5400만 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중이 큰 500개의 다국적 기업들이 지구 전체 생산의 52%를 차지하고 이들이 축적한 재산은 가난한 나라 133개국의 재산을 합친 것 보다 많지만 이들의 고용율은 모두 합해봐야 전 세계 노동력의 1.8%에 불과하다. 자본과 첨단기술을 무기로 한 이들의 끝없는 재산 불리기 경쟁은 영세한 소자본의 자영업을 초토화 하면서 전 세계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가난과 기아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재산 부풀리기를 세계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선창하고 그들에게 매수된 정치권력과 언론은 이를 미화하여 복창을 반복한다.
부패한 정치권력은 자본의 도구일 뿐이다. 정치권력을 자본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국민이 불의와 부패, 친재벌 정치인을 용납하지 않아야 하며 양심적인 민주 시민단체에게 힘을 실어 줌으로서 자본을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