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메주

2013-08-23     서애숙 독자

따끈따끈한 아랫목이세
꼬릿꼬릿한 향기 품으며
말랑말랑한 가슴속에서
새 생명 품으로
아픔의 향기를 낸다는 걸
나는 알지 못했다
정성들여 따올린 새끼줄
비실러스 써브 텔러스 고추균에
매달리는 날도
나는 알지 못했다
가슴에 품은 사랑 키워내려
거친 세월에도
노오란 꽃 피워내는 그 향기
에스라인 항아리에
연지곤지 찍고
소금물에 수장하는 날도
나는 알지 못했다
산소, 햇빛, 별빛, 달빛, 모든 미생물
가슴에 안아
켜켜이 곰삭아
세상에 살포시 비추는
노오란 미소
효소의 향기를 담아
내가 다시 태어나려 한다는 걸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나는 알았다
침묵으로 세밀한 세월 품고
눈부심으로 뉘엿뉘엿 타오르는
나는
천년의 꿈을 간직하려 한다.

시 : 서애숙 민족통일순창군협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