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벌 전멸수준…농가 시름 깊어

정부지원책은 대출금, 군은 대책도 없어

2010-10-30     조남훈 기자

올해 전국적으로 확산돼 토종 벌꿀(토봉)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미미해 토봉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작년 강원도 평창ㆍ정선ㆍ영월 등 일부 산간지방에서 처음 확인돼 그 피해가 보고된 적이 있지만 정부는 소독 등 방역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 올해 봄철 이상저온 현상과 더불어 바이러스가 확산되었고 우리 군의 경우도 거의 모든 토봉 농가의 벌통이 텅 비어있을 정도로 토봉농가와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토봉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낭충봉아부패병에 의한 토종벌 폐사율은 전국 95%이고 전북지역은 무려 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종자 벌조차 구하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9월, 올해 말까지 낭충봉아부패병을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과 방역체계를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지원방침을 들은 토봉농가들은 이미 병이 번져 쑥대밭이 된 벌통을 새로 살 수 조차 없을 지경이라며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대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갈 정도의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토종벌 폐사로 6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송재경 토봉협회 순창군지부 부회장은 “우리 군 지역만 돌아봐도 토종벌은 모두 죽었다. 과천정부청사까지 올라가 지원을 호소했지만 1000만원 한도에 연 3%의 이자를 붙여서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 뿐이었다. 이미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준다는 것은 빚쟁이가 되라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같은 피해 농민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이유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제2종 가축질환으로 분류돼있어 방역비나 교육비 외에는 딱히 지원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독 등 최소한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농가 입장에서는 다시 토봉을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대목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미미하지만 일부 자치단체도 대책 마련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전라남도의회는 “이번 토종벌의 폐사를 자연재해로 인정할 것과 이에 따른 적절한 피해보상, 또한 정부와 학계, 생산자, 전문가 등이 참여한 토종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도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국회와 관련 부처 설득에 나섰다. 전남 구례군의회와 강원 홍천군의회도 군의원의 5분 발언을 통해 토봉농가와 업계의 어려움을 공유하고자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우리 군의 경우에는 이러한 움직임조차 전무한 상태다. 군 산림축산과 김상국 씨는  “현재 군의회로부터 토종벌 폐사와 관련한 질의나 대책 요구 등 어떤 얘기도 들은 바 없다”고 말해 최소한의 소통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관숙 토봉협회 사무장은 “소득은 적더라도 토봉 사육군이 안정적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병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최소 5년이 걸리고 이미 초토화된 업계가 살아나려면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정부의 보상지원 없이는 업계가 살아날 수 없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