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어두와지기전에 잉?”

2013-11-14     김슬기 기자

두툼한 솜바지에 장화를 챙겨 신고 갯골 밭으로 향합니다. 할머니 손에 쥔 저 줄기를 베어내고 땅을 파면 황금빛깔 ‘강황’이 나온다죠. 카레를 만들 때 쓰는 그 강황 말예요. 비온 뒤 괭이질이라 질퍽거리는 흙을 떼어내기가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네요. “나, 가을이야~”하며 으스대기라도 하듯 바람은 세차게도 붑니다. 할머니는 “귀때기 떨어져 불겄어야, 어두와지기전에 언능 캐고 들어가자잉”하시며 낫질을 재촉하지만 동생은 목이 터져라 노래만 따라 부르며 손전화만 들고 있습니다. 콧물이 찔끔, 야속한 주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