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의 유명한 기자누나를 꿈꾼다

2013-12-27     김슬기 기자

올바른 정치를 하는 것도
올바른 세상을 이끄는 것도
결국에는 다 아이들이 하는 거다.
교육이 희망이란 말은 그래서 의미있다.

24일 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틀 동안 한국방송(KBS) 1채널에서 방송된 ‘위기의 아이들-전북동화중’편을 보았다. ‘웃음과 더불어 아이들의 눈물을 담고 싶다’며 취재진이 담아낸 영상은 충격이었다. 전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인 동화중의 실상은 이름처럼 ‘동화’같지만은 않았다.
마음을 닫고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100여명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든 열어보려는 14명의 교사들의 숨김없는 모습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서슴없이 내뱉고 감정이 격해지면 출입문과 사물함을 박살내고 끼리끼리 모여 편의점에서 술을 사 모텔에 가서 마시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의 단점만을 보고 있던 교사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듯 위태로웠다. 겉보기만 울창한 숲 속에 자리한 아름다운 동화중이었지, 속은 고일대로 고여 썩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 동화중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감추지 않고 닦아내지 않은 먼지 쌓인 모습, 얼룩진 그대로 학교의 치부를 내보이며 외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오로지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관계 회복을 위해.
그렇게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동화중 아이들과 교사들의 매듭은 300일 만에 풀렸다. 점점 아이들의 모습이 변해가고 지쳐가던 교사들도 힘을 내기 시작하자 변화는 급물살을 탔다. 언론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꽉 조인 매듭이 헐렁해졌다.
<열린순창>의 교육면을 맡아 취재를 해보겠다고 나선지 2년, 나는 순창 교육의 좋은 것만 보고 행복한 것만 보았다. 아이들 쉼터 하나 없는 곳, 소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의 표본 ‘옥천인재숙’ 까지 정말 꼬집어야 할 문제들은 방관했다. 달콤한 초콜릿만 주구장창 먹어대니 쓴 약은 입에 대기 싫었던 거였다.
‘위기의 아이들’을 보며 참 많은 반성을 했다. ‘그래, 저런 게 진짜 기자들이지’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 저녁에 케이비에스(KBS) 1티비 꼭 보세요, 슬기씨.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김선영 순창혁신학교학부모협의회장이 나에게 따끔한 충고를 해준 셈이었다.
향토회관에서 열린 청소년 한마음 축제를 취재하는 세 시간 동안 오랜만에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즐기다 왔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거리낌 없이 브이를 그리고 볼을 부풀려 귀여운 표정을 짓는 아이들 덕분에 참 많이도 웃었다. 감정에 솔직한 아이들이 좋아 주구장창 사진을 담고 보니 300장이 넘는다. 한참을 사진만 보다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려면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한다고들 하지만 그 또한 아이였다’, ‘교육이 희망이라는 말은 그래서 허투루 생각하면 안 된다’, ‘건드리기만 해도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왜 어른이 되면 잘 웃지 않는지 생각해보고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것들을.
새해를 맞이하며 아이들이 보는 순창 교육, 학부모들이 보는 순창 교육, 교사들이 보는 순창 교육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기자를 꿈꾼다. 가수 뺨치게 노래 잘하는 친구가 누군지, 또라이(?) 같은 독특한 친구가 누군지, 공부만 하는 순창 최고 범생이가 누군지 알고 그런 아이들 또한 <열린순창>을, 내 이름을 아는 그런 유명한 기자누나, 기자언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