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흥 동서마을, "모정에 모여 티비도 보고 밥도 해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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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흥 동서마을, "모정에 모여 티비도 보고 밥도 해먹고"
  • 김민성 기자
  • 승인 2010.11.04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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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텔레비전 한 대가 바꿔놓은 마을 풍경

복흥 정산리 동서마을. 6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이 올해 들어 분위기가 훨씬 매끄러워졌다. 올 여름 아랫마을에 모정이 만들어지고 주민과 출향인이 아랫마을 모정과 윗마을 모정에 선물한 텔레비전 한 대의 힘이다. 이번 추석에도 이곳은 고향의 음식과 이야기로 보름달같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윗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여름이면 모정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수박도 먹고 국수도 삶아먹으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올 여름 한 출향인이 텔레비전을 기증한 후에는 이런 만남이 부쩍 잦아졌다.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연속극도 보고, 9시 뉴스도 보고 집으로 돌아간다. 작년까지만 해도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집에 가기 바빴다. 겨울철에 회관이 사랑방이라면 여름철은 모정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런 선순환은 잔치로 이어진다. 오늘은 이 사람이 한턱내고 내일은 저 사람이 준비한다.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몇 만원씩 내놓으니 풍성한 잔치는 계속된다.

윗마을이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몇몇 주민의 희생으로 가능해졌다. 이장을 맡고 있는 조광운ㆍ김성순 부부와 홍귀순, 정필남씨는 이것저것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먼저 준비한다. 그러면 다른 주민들도 손을 걷어 부친다. 밥과 국을 퍼고 설거지도 한다.

가스통과 선풍기, 겨자상을 내놓은 김영환(88)할아버지는 “사람이 모여서 밥도 먹으니 더 맛있다”며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나 올해 이런 잔치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동서마을 홀로 노인들

덜 외롭고

밥맛도 좋으니

건강도 좋아져

아랫마을도 모정이 생기고 성야순씨가 10만원을 내놓아 중고 텔레비전을 사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전에는 거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일부는 윗마을 모정으로 원정을 가기도 했다. 올해 모정이 생기자 아랫마을 주민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이곳으로 몰려들면서 화투도 치고 밥도 해먹으면서 그동안 하지 못한 수십년 한풀이를 제대로 하고 있다.

아랫마을은 구옥순씨와 김금자, 송동순씨 등이 앞장선다. 구씨가 정수기를 기증했다. 십시일반으로 일, 이만원씩 갹출하고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음료수와 수박도 기증한다.

조광운 이장은 “마을이 길어 윗마을 아랫마을 사람들이 가까운 모정에 모여 얘기도 나누고 밥도 해먹다보니 하루하루가 더 재미있다. 내일은 무엇을 준비할까 기다려진다.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이 고마워하는 것 같다. 여름한때나마 더위도 식히고 편리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홀로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제일 좋아한다. 집에 돌아가면 없는 반찬에 의무감으로 밥을 먹지만 이곳에서는 밥 챙겨먹는 수고를 안 해도 되고 밥맛도 좋다. 한 그릇을 다 비우니 힘도 생기고 건강도 좋아졌다.

사람들이 모이니 잔치다. 그날이 잔칫날이다. 폭우 속에서도 동전 고스톱을 치는 모정은 불이 켜져 있다. 중고 텔레비전 한 대가 마을 분위기를 이렇게 활기차게 바꿀 수 있을까 놀라울 정도다.

동네 주민들도 “매일 매일이 즐겁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사랑방 구실을 하는 모정에 중고 티비를 설치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네요. 티비 앞으로 사람이 모이고 우리 동서마을에서와 같은 긍정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귀담아 들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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