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디쯤 가고 있을까
상태바
[기고] 어디쯤 가고 있을까
  • 선산곡 수필가
  • 승인 2014.04.11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_시인 황의성을 보내면서

무슨 시샘인가. 다투어 피는 꽃들의 반란이 질서를 흔들어 놓는다.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누군가 그랬다지만 개화의 순서가 무심하게 뒤엉킨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분별없기 그지없는 꽃 잔치 속에서 뜻밖의 상심이 있으리란 막연한 불안감, 그 예감은 어이없게도 적중되었다.
세상은 거짓말로 가득 차 있었다. 황의성, 뜻밖의 그의 부음도 내게는 거짓말이었다. 만우절의 장난일 거라는 억지도 결국은 쓸데없는 몸부림이었다. 고향 동계에서 평생을 땅과 함께 살아온 시인 황의성, 그가 거짓말처럼 떠나버렸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깡마른 작은 체구가 다부져 보였다. 견고한 의식으로만 뭉쳐 있는 듯 만만치 않다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나보다 한 살 위니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다’는 깍듯한 인사로 맞잡은 손길은 더 없이 따뜻했다.
마땅치 않는 일에 분연히 나서는 그 모습이 언제나 든든해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기도 했다. 한 가락 뽑아내는 우리가락의 멋도 함께할 수 있어 이후 만날 때마다 즐거운 친구사이가 되었다. 농부의 손이야 거칠었겠지만 그 손끝에서 엮어지는 시심은 실개천처럼 섬세하기만 했다. 철 따라 태양의 흐름과 함께 질곡의 길을 걸으면서도 순박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시인 황의성, 그가 그렇게 가버리다니.
마음으로 지녔던 우정이 찾아갈 방향을 이젠 잃었다. 이별 가르는 운명 앞에서 남아있는 사람들은 무력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괴감이 슬퍼진다. 때맞춰 찾아온 치통이 두통까지 몰고 오더니 나중엔 전신으로 통증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통증은 살아있는 사람의 몫일뿐이다.
며칠 새 꽃잎들이 지기 시작했다. 바람도 불었다. 꽃들은 결실을 위해 잎을 피우고 또한 떨구는 것임을 안다. 그러나 이봄 누구를 위해 꽃은 피었으며 누구를 위해 꽃은 지고 있는 것일까. 꽃이 아름답지만 또한 슬퍼해야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만 같다.
이승의 꽃잎처럼 떨어지는 길을, 그 길을 그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명복을 빈다는 수사 앞에 다만 외치고 싶으니 애달프다는 말 뿐이다. 남아있는 사람은 가슴 아픈데 정말 그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금과초 100주년 기념식 ‘새로운 백년 기약’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카페 자연다울수록’ 꽃이 일상이 되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