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을게,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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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을게, 기억할게’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4.05.23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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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촛불문화제 애달픈 마음 나눠…“이 나라 대통령, 매우 잘못하고 있다”

▲공공도서관 옆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수많은 노란 리본 속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신민호씨가 무대에 올라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노란 리본이 흩날리는 공공도서관 옆 분향소에 50개의 촛불이 밝혀진 지난 19일, 50여 주민들과 학생들은 ‘잊지 않을게, 기억할게’라는 말을 되뇌며 3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순창교육희망네트워크가 주최한 세월호 추모 촛불문화제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모두의 슬픔은 슬픔을 넘어 분노가 되고 이제는 탄식이 되어가고 있었다.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한 촛불문화제 사회는 이정만 순창교육희망네트워크 운영위원이 맡았다. 희생자를 위한 묵념과 4월 16일 이후 세월호 사건에 대한 브리핑, 신민호 통기타 추모공연, 전교조 교사선언 및 안산지역 스승의날 영상 시청에 이어 참석자들의 자유발언 시간, 사회자는 “내가 힘들면 힘들다, 불편하면 불편하다, 잘못됐으면 잘못됐다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학생들에게 자유 발언을 독려했다. 이에 발언에 나선 오승진(제일고 3년) 학생은 “처음에 세월호 사건을 뉴스로 접했을 때는 구조자가 많다고 해서 이렇게 일이 커질지 몰랐는데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와서 가슴이 아프다. 정치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데 이번 사건으로 딱 하나 느꼈다. 이 나라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인제(제일고 3년) 학생은 “우리나라가 기술이 많이 발전했으니 모두 구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망자는 증가하고 구조자는 없었다. 내가 저 속에 갇혔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소름이 끼치고 슬펐다”면서 “사회에 나가면 만날 수도 있었을 아이들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우리들도 투표권이 생기는데 우리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대통령을 뽑겠다”고 덧붙였다. 김진희(순창고 1년) 학생은 “무책임한 정부에 실망했다. 세월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먹먹하다. 여기 있는 분들의 마음이 다 그분들에게 닿아서 가는 길 좋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발언에 이어 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양상춘 순창고 교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네 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지만 이렇게 발언하는 것은 처음이다. 주변에서 교사로서 한마디 하라고 했지만 부끄럽고 용기가 없어서 차마 이 자리에 나올 수 없었다. 오늘은 여러분께 마음을 전하고 교사로서 참회하고 싶어서 올라왔다”면서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만 시켰다. 눈은 두갠데 외눈박이 교육만 시켰다. 편향된 반공교육, 입시위주교육으로 아이들이 자기생각을 갖지 못하고 자생력을 갖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무슨 일을 해야할 것인가 우왕좌왕하는 그런 나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고 탄식했다. 이어 안욱환 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우리는 잊어버리기를 참 잘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잊지 않을게, 기억할게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잊어버리지 말자, 기억하자고 할 때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세월호를 통해 국가가 무엇인가, 나라가 무엇인가 생각했다. 어제가 5ㆍ18 민주항쟁 34주년이었고 올해는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이 되는 해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크린 속 영상을 보다가 눈길을 돌려 촛불을 보고, 옆에 앉은 친구를 번갈아 바라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한 그들.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친 그들. 다섯 번째 촛불문화제는 오는 30일, 순창성당 앞마당에서 제일고 학생들의 주최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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