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촛불’
상태바
서툴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촛불’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4.06.20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일고 학생회 주최 세월호 추모집회…농협 군지부 앞에서 100여명 뜻 함께

▲농협 군지부 앞에서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고 외치는 청소년들과 주민들.
“지나가다가 멈춰 섰다.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아이들은 이렇게 많이 나와서 촛불을 들고 있는데 어른들은 보이질 않는다. 선거가 끝나니 떨어진 사람은 떨어진 대로 안 나오고, 붙은 사람은 붙은 대로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오늘도 오은미 씨만 나온 것 같다. 어른들이 아이들만도 못한 세상이다.”
읍내 농협중앙회 앞에서 세월호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맨 뒷줄에 서서 세월호 발언 영상을 바라보던 최상기(44ㆍ순창읍 장류로) 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지난 14일 저녁, 제일고등학교 학생회가 주최한 세월호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군내 청소년과 주민 100여명이 모여 ‘세월호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작은 촛불 앞에서 호소했다.
이연준(제일고 1년) 학생의 통기타 공연에 이어 세월호 관련 영상물을 시청한 뒤 박현태(제일고 3년)군이 김광석의 편지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어 자유발언 시간에는 감정에 복받친 발언자들의 목소리에 모두가 숨죽여 귀를 기울였다. 구준회(37ㆍ풍산 두승) 씨는 “순창의 희망인 청소년들이 촛불문화제를 준비한다고 해서 뒤에서 도움 줄 수 있는 것들을 도왔는데 어른들이 학생들을 선동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서 “그저 미안할 뿐이다. 이런 사회를 만들고 침몰하는 세월호를 구하지 못한 정부를 만든 것은 어른들이다. 투표권도 없는 우리 청소년들이 무슨 죄가 있기에 이런 힘든 상황을 겪어야 하고 또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하자는 말을 해야 하는 건지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선영(41ㆍ교육희망네트워크) 씨는 “청와대로부터 이렇게 먼 거리에 있는 순창에서 촛불을 백이 들든 천이 들든 누가 눈 하나 깜짝하겠느냐 생각했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국민의 마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인간이 되지 말자고 생각했다”면서 “매주 촛불을 든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단 한명이라도 나와서 함께 촛불을 들어주는 분들이 있다면 준비하는 분들도 기꺼이 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오은미 도의원은 “2002년 월드컵에 열광하는 동안 미선이, 효순이 꽃다운 두 여중생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죽었다. 국민들의 촛불이 없었다면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질 수 없었다”면서 “세월호, 잊어서는 안 된다. 촛불이 횃불이 되고 등불이 될 수 있도록 순창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외쳤다.
▲한 손에는 촛불을, 가슴에는 노란 리본을 단 청소년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한 나라 건설'을 바라며 담담한 표정으로 읍내 중앙로를 걷고 있다.
어른들의 발언에 사회를 보던 류상윤 제일고 학생회장은 “도서관 옆 분향소의 노란리본들이 이제 빛이 바래 하얀 리본이 됐다. 시간이 지났지만 잊지 않아야 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처음 촛불문화제를 준비할 때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 몰랐는데 어른들이 해주시는 말씀을 듣다 보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더 많은 활동을 할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박주현ㆍ오종민ㆍ전종혁(제일고 3년) 학생은 “이번 촛불문화제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세월호 관련 영상을 준비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다”면서 “더욱 참여해야 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유가족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오은미 도의원이 초청한 노래패 꽃다지 출신 김용진씨.
이번 세월호 추모 촛불문화제에서는 노래패 꽃다지 출신 김용진 씨의 공연이 눈길을 끌었다. 출연료 없이 선뜻 무대에 오른 그는 이날 세월호 사건 후 윤민석 작곡가가 발표한 ‘얘들아 올라가자’, ‘더 이상’이라는 노래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를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김 씨는 “오늘 전주에서도 세월호 추모 촛불문화제가 있다. 시간이 겹쳤지만 오은미 의원과의 약속이 먼저여서 오게 됐다”면서 “청소년들이 주최가 되어 촛불문화제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신선했다. 어른들처럼 매끄럽진 못하지만 순수한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약 3시간의 문화제 동안 순창경찰서에서는 교통지도를 펼쳐 문화제에 참가하는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졌다. 문화제의 마지막 ‘거리 행진’은 작은 촛불을 든 청소년들의 힘찬 걸음으로 마무리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금과초 100주년 기념식 ‘새로운 백년 기약’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카페 자연다울수록’ 꽃이 일상이 되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