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약동원, 식량과 약은 근원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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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식약동원, 식량과 약은 근원이 같다
  • 구준회 독자
  • 승인 2014.07.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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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 (37ㆍ풍산 두승)

순창지역의 친환경 농업인들의 연합체인 ‘순창친환경생산자연합회(순창친환경연합영농조합법인)’이 친환경 학교급식 사업을 시작한지 3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순창의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급식으로 공급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져왔으나 여러 가지 문제로 진행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2013년 12월, 다시 생산자들이 모여 각각의 작물들을 학교급식으로 공급할 것에 뜻을 모으고 4월부터 한 품목, 두 품목씩 공급을 시작해 왔다.
친환경 학교급식을 진행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 우리 지역, 우리 사회의 희망인 아이들이 농약, 비료, 촉진제 등 화학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안전한 먹거리를 먹는 것에 이바지 하고 있다는데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전체 학교 급식 식자재 중 친환경 급식의 식자재 비중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2013년의 통계를 뽑아보니 전체 식자재의 약 25%가 친환경 급식 식자재였다. 이는 서울의 70%(초등학교 기준)에 비하면 정말 터무니없는 수치이다. 생산지에서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 서울에서도 초등학교의 친환경 급식 비율을 70%에서 60%로 떨어트려 논란이 많았었는데, 생산지에 있는 지역인 순창에서는 겨우 25%만의 친환경 농산물이 사용되고 있다니 역차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은 모두 대도시로 모아져 생산지의 학생들은 그 농산물을 접할 수 없다.
친환경 학교급식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딪치는 또 하나의 어려운 점은 지역주민, 생산자, 유통사업자, 학교(선생님, 학부모, 영상교사) 및 행정(교육지원청, 군청 담당자) 관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 및 이해 부족이다. ‘옛날에는 아무거나 먹어도 잘만 컸다’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농약보다 비료와 촉진제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요즘의 농약은 기술이 발달하여 2~3일이면 잔류 농약이 검출되지 않을 만큼 기술이 발전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땅에 뿌리는 비료와 작물에 투여하는 촉진제는 뿌리와 줄기로 타고 들어가 작물의 DNA 자체를 변경시킨다. 이는 어른들이 말하는 ‘예전의 아무거나’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예전에는 오롯이 땅의 힘과 하늘의 기운, 그리고 농부의 땀으로 농사를 지었지만, 요즘과 같이 인력도 부족하고 농산물로 인한 소득으로 생계를 보장받기 힘든 사회에서는 ‘더 많이’, ‘더 빨리’ 만들어 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옛날과 다르게 더 많은 비료, 농약, 제초제, 성장 촉진제가 사용되고 우리 아이들, 소비자들의 밥상은 위협 받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급식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 세 번째는 가격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비싸다. 일반 농산물에 비해 그 가격이 1.5배~2배에 가깝다. 이는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병해충으로부터 약하고 생산량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몇 년간 친환경 농법을 지켜온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친환경 농법 같이 편한 것이 없다고들 한다. 땅이 농약으로부터 ‘해방’되면 자체적으로 병해충을 이겨낼 면역력이 생겨 자연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측면에 봤을 때, 친환경 농업을 시작하는 농업인들에 대한 초기 지원과 시장에서의 친환경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켜줄 수 있는 중앙 및 지방 정부의 대책들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학교에 지원되는 ‘친환경 농산물 차액 보존금’에 대한 확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친환경 농산물은 소위 ‘부자’들만 먹는 음식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학교 영양교사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사용을 못한다고 하시는 분도 있다. 이 부분에서 다시금 ‘돈’보다 ‘생명’, ‘안전’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본질’보다 ‘가시’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까지도 ‘안전’, ‘생명’보다는 ‘이윤’, ‘자본’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크다. 예전 서울을 삼풍백화점이 붕괴하고 세월호가 침몰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관행 농업은 ‘악’이고, 친환경 농업은 ‘선’이라는 관점이 아니다. 생명을 중시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일부분이 자연과 환경 친화적 농법이고, 그러한 음식이 약의 근원과 같다는 ‘식약동원’이라는 옛말이 지금도 유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우리 아이들이 세 끼니 중 한 끼니를 해결하는 학교급식부터 바뀌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이 우리 지역의, 우리 사회의 미래이고 그들이 건강해야 우리 지역이,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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