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잎차’ 만드는 ‘풍산초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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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잎차’ 만드는 ‘풍산초 학부모’
  • 김선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8.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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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씨 ‘만땅’… 몸ㆍ맘 건강해지는 ‘감잎차’ 엄마ㆍ아빠가 직접 만들어 학교에 공급

7월이면 온 풍경이 진한 초록이 된다. 지난 봄 피웠던 연하디 연한 새 순이 하늘의 빛과 땅의 기운을 받아 속이 꽉 찬 것이다. 바로 이즈음이 감잎을 채취해 감잎차를 만드는 시기이다. 신맛이 강한 귤, 레몬이나 사과 등에는 비타민이 많이 있어 겨울철 감기 예방이나 면역력 증강을 위해 엄마들이 신경 써 챙겨 먹이는 과일이다. 비타민 씨(C)가 감귤보다 30배, 레몬의 20배, 시금치의 10배가 들어있다는 감잎은 천연비타민으로 1등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좋은 것을 먹이고픈 엄마 마음에 감잎차의 효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들어 먹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은 5년 전이다. 키가 작달막한 엄마 셋이서, 손끝에 겨우 닿는 감나무 가지를 끊으려고 깡충거리며 시작한 일이, 지금은 키도 크고 연장도 잘 다루는 아빠들부터 여덟~아홉 엄마들이 함께 후다닥 해내고 있다. 이제는 일의 과정도 제법 잘 알고 유의사항도 숙지하여서 능숙하다. 바로 풍산초학부모회가 매년 하는 ‘함께 크는, 건강한 아이’ 사업이다.
감잎의 효능은 비타민 씨의 기능과 맞닿아 있다. 세균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감기에 잘 안 걸리게 하고, 세포를 젊게 해 노화를 방지하며 자라는 아이들의 뇌세포 성장에 좋다. 우리 몸 가운데 비타민 씨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이 난소이기 때문에 임산부,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에게도 좋단다.
이렇게 좋은 것을 알고 있는 몇 가정에서만 먹는 것을 넘어서 아이들이 모두 함께 먹고 함께 잘 컸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엄마들이 직접 깨끗하게 만들어서 학교에 제공하려고 시작하였다. 하지만 완제품을 손쉽게 사다 먹을 때와는 달리 감잎차를 직접 만드는 일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비타민 씨는 물에도, 열에도 약하기 때문에 차로 끓여 마시는 과정도 까다롭지만 차로 만드는 과정 역시 그러하다. 감잎은 약성이 가장 강하다는 7~8월에 채취한다. 도로변보다 마을 안 쪽, 자동차 매연이라도 덜한 곳에서 건강한 감잎을 따려고 해마다 구림면 오정자 마을 농장에 가서 딴다. 오전 11시경 채취가 가장 좋다고 하지만 이미 더위가 무르익은 여름날이라 새벽 5시, 출근 전 아빠들을 작업복 입혀 내보낸다. 한 두 시간여 동안 딴 잎을 마대 네 개에 나누어 담아오면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한숨을 돌린 엄마들이 손을 걷어 부치는 단계다.
따온 감잎을 그늘에서 말린다. 한 이틀 정도가 적당하단다. 그리고 한 날, 저녁을 먹고 칼, 도마, 가위 등 연장을 들고 한 집에 모여 함께 작업을 시작한다. 일단 젖은 행주로 감잎의 앞과 뒤를 깨끗이 닦는다. ‘반딱 반딱’ 윤이 나는 감잎도 행주로 닦아 보면 시커먼 먼지가 놀랄 만큼 묻어난다. 이 과정이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비타민 씨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에 담가 씻지 않고 이 방법을 택한다.
산처럼 수북이 쌓인 감잎이 작은 언덕만큼 줄어들었을 때 이제 일을 나눈다. 몇몇은 감잎을 반으로 접어 두꺼운 주맥을 가위로 자르고 몇몇은 이 손질을 끝낸 감잎을 여러 장 포개고 돌돌 말아 칼로 썬다. 너무 두껍게 썰면 감잎이 잘 우러나지 않아 0.3센티미터 정도 굵기로 썰 것을 권한다. 시간은 훌쩍 4시간을 경과하고 저녁 먹고 모인 시간이 한 밤에 놓여있다. 지치고 졸린 몸에서 기운이 빠져 우렁차던 수다 소리도 점점 잦아든다. 또각또각, 서걱서걱 칼질하는 도마소리만 밤의 정적에 서늘하다. 오늘 작업의 꽃은 아무 말 없이 칼질을 하고 있는 올린이 아버지. 감잎을 따던 날 함께 하지 못했다고 수박 한 덩이 안고 들어오시더니 이리도 단정하고 다소곳하게 칼질을 해내시다니! 평소에도 주방일은 제 몫으로 알고 산다고 우스갯말도 한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2시다. 다섯 시간 째 같은 자리에 앉아 일을 하니 목도 아프고 허리도 뻐근하고 다리에 쥐도 난다. 그래도 혼자 했으면 못했을 일, 여럿이 함께 하니 다 해낸다.
이틀 후 마지막 과정을 위해 큰 솥 두 개, 대나무 채반 네 개, 면 보자기, 그물망 등을 준비하여 또 모였다. 넓은 작업장과 체험장을 가지고 있는 미나리농장, 고은이네가 일터이다. 솥에 물을 부어 펄펄 끓으면 면 보를 깐 대나무 채반 위에 썰어 놓은 감잎을 깐다. 이때 뜨거운 김을 쏘여야 하기 때문에 채반이 솥보다 너무 크면 김이 새어 나가고 작으면 솥 안에 퐁당 빠지니 솥과 크기가 딱 맞는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 김을 쐬는 시간 역시 1분 30초를 잘 재어서 시간을 넘기지 말아야 열에 의한 비타민 씨 파괴를 막는다. 이렇게 찐 감잎을 선풍기 앞으로 가져가 재빨리 찬바람에 열을 식히고 한 번 더 찌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총 두 번 찐 다음 말리는 망에 얇게 넌다. 새파란 감잎 색이 유지되면서도 잘 쪄진 것은 시간도 맞고 열 식히기도 잘 된 것이고, 가끔 갈색으로 변한 감잎은 ‘두 번 쪘나, 아니 처음 찐 건가’ 하며 헷갈리다 세 번씩 솥에 올린 실패작이다. 자꾸 헷갈리자 나중에는 표식으로 병뚜껑을 얹다가 쇠 젓가락을 얹기도 하고, 그 어수선하고 서투른 모습도 우습다고 깔깔거린다.
2~3일간 이어진 감잎차 만들기 작업 내내, 새벽부터 아빠들 의욕이 넘쳐서 감잎을 너무 많이 따온 것이 문제였다느니, 우리가 닦으면서 몰래 버렸어야 한다느니 푸념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운동장처럼 너른 작업장 한 쪽을 차지하고 널어놓은 감잎을 바라보며, 뿌듯함에서 나온 농담이다. 날이 맑으면 사흘 후, 밀봉할 수 있는 봉지에 나누어 담으면 작업 끝이다.
감잎을 우려내고 마시기까지도 비타민 씨가 파괴되지 않고 온전히 먹을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일은 학교에서 해주는데 부모의 노력을 아는 선생님들께서 옹기 항아리와 유리병, 도기 찻잔을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감잎차는 효능 때문인지 제조 과정이 힘들어서인지 굉장히 비싼 값에 팔린다. 우리 아이들이 일 년 간 매일 마시게 될 이 감잎차가 양으로도 가격으로도 상당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며칠 간 엄마 아빠들이 손수 작업하며 공들인 정성을 어찌 값을 매길 수 있으랴. 그저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마시고 몸도 마음도 튼튼하게 자라주기를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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