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생님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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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생님의 그림자
  • 임귀원 경사
  • 승인 2015.06.0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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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원 순창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필자는 학교전담경찰관 직을 수행하고 있다. 초ㆍ중ㆍ고교에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하러 나갔을 때 학생들에게 종종 묻곤 하는 질문이 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느냐고. 그 중에 몇 명은 알고 있다고 손을 들리라 예상했지만 손을 드는 학생이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한자 시간이나 상식으로라도 이런 건 배우지 않는 모양이구나 하고 혼자 놀란 적이 몇 번 있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종종 듣곤 하던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도 당연히 모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더욱 안타까웠다. 그만큼 시대와 사회가 변하고 스승에 대한 인식과 가치도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교총이 13일 발표한 ‘2014년 교권회복 및 교직 상담 결과’에 따르면 작년 교권침해사건 수는 10년 전인 2005년 178건에 비해 2.5배 늘었고 그 절반 이상이 학부모에 의한 피해로 232건(52.9%), 학생에 의한 피해도 41건(9.3%)에 달했다. 자신의 자녀에게 꾸지람이나 체벌을 했다는 이유로 전후 사정 파악도 해보지 않고 학교로 달려가 수업 중인 교실에 난입,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 머리채까지 잡는 경우가 종종 언론지상에 보도된다. 또 수업 중에 지속적으로 떠들어 교사가 조용히 하라고 타일렀다는 이유로 고등학생이 철제 의자를 집어 던져 교사는 물론 앞자리 학생까지 부상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 참으로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와 같이 40대 이상이 된 성인들의 초중고 학창시절을 되짚어 보면, 자신이 잘못을 하지 않았고 같은 반의 다른 학생이 잘못을 했을 때조차도 반 전체 학생에 대해 체벌을 하는 선생님이 많았고 억울하고 항변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거의 모든 학생들이 그런 것들을 그냥 다 수긍했었다. 또 학부모들은 학생에 대한 학교에서의 지도와 체벌은 전적으로 학교와 선생님에게 일임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을 것이다. 간혹 이에 대놓고 반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생님에 대한 어려움과 경외감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선생님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하면 교사 본인에게도 불이익이 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학생과 학부모도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또한 급변하는 학교 내외 사회적 환경과 한두 명의 자녀만 출산을 하는 경향으로, 부모들이 내 자식이 최고고 누구든 내 자식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그릇된 자식 사랑이 학교와 교사의 정당한 학생 지도와 교칙에 의한 제재까지도 문제 삼고 심하면 교사에 대한 폭행, 학교와 교사에 대한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한 실정이다. 학부모 설명회 자리에서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내 자식은 절대 그럴 리 없다.’라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필자가 근무하는 지역은 군단위 지역으로 학생들이 대부분 순하고 선도 가능성이 없는 악의적인 학생은 없다. 하지만 학교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학생과 교사들을 볼 때면 학생들 역시 선생님에 대한 경외감과 존경심이 확실히 예전만은 못하다는 것을 체감한다.
부모들은 내 자식이 귀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올바른 인격체로 잘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고, 선생님이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너희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시는 스승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 학교 내외에서의 학생 지도나 훈육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학교와 교사에게 믿고 맡기는 태도를 보일 때 자녀도 잘 자란다는 것을 다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선생님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으려고 조심하던 시대는 갔다 하더라도 선생님들의 어깨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것은 내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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