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흥면 초복…‘삼계탕 먹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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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흥면 초복…‘삼계탕 먹는 날’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07.15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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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흥 정산체육공원 복달임 현장스케치

▲복날 삼계탕 안 먹으면 왠지 허전하다. 복흥면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13년째, 보양하며 이웃 정 나누는 흥겨움
새벽부터 흘린 봉사자 땀방울이 만든 ‘맛’

13일 오전 7시 복흥면 정산체육공원. 동이 텄는데도 잦아들지 않은 비바람을 뚫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일 년에 딱 한번뿐인 오늘은 삼계탕 먹는 날이다.
비가 내려도 참석할 주민들이 많을 거라는 예상을 하며 모인 30여명은 각각 역할을 나누기 시작했다. 가마솥을 걸고 가스를 연결하고 천막을 쳤다. 사람들이 앉을 자리를 만드는 사이 재료들이 속속 도착했다. 닭과 인삼, 황기, 쌀 등 삼계탕의 기본재료를 비롯해 수박과 김치, 떡이 왔다.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한 닭을 한참동안 삶고 우러난 국물에 쌀을 넣어 끓이니 걸쭉한 닭백숙이 만들어졌다. 이 시각 밖에서는 또 다른 닭요리가 냄새를 풍겼다. 삼계탕용 닭의 일부를 떼어 작게 손질한 후 튀김옷 입혀 기름에 넣으니 군침 도는 통닭이 됐다. 갓 튀겨낸 통닭은 소금을 찍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이 알맞게 됐다. 이리저리 음식을 만들고 나르는 동안 일부 봉사단원들의 머리는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음식 준비를 마무리해야 하는 11시가 다가오자 복흥면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초복에 삼계탕을 대접한다는 소식에 소재지는 물론 멀리 화양리, 서마리 주민들도 왔다. 가족, 이웃과 함께 먹는 삼계탕 맛은 이미 10년이 넘게 증명돼왔다. 복흥면에는 ‘초복은 삼계탕 먹는 날’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흥겨운 행사에 풍악이 빠질 수 없다. 사람들이 채워지고 술잔이 돌며 분위기가 조금씩 달아오르자 복흥농악단(회장 김일수)이 공연을 시작했다. 한바탕 흥겨운 농악이 흐르자 이번에는 성가정 어린이집의 원아들이 등장했다. 만4~5세 어린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장구를 치고 사랑가를 부른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입 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이 와중에 열심히 사람들을 맞이하며 인사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 인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다. 박상칠 복흥면 주민자치위원장은 삼계탕 대접 행사에 필요한 경비 대부분을 홀로 책임졌다. 처음 이 행사를 고안한 것도 그다. 박 위원장은 2003년부터 매년 초복이면 지역 어르신을 비롯해 주민들을 위한 삼계탕을 대접하고 있다. 해마다 수 백 만원씩 적잖은 돈이 들지만 지역의 나누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박 위원장은 “55년 살면서 남은, 하고 싶은 게 이거 하나다. 나눔의 문화도 만들고 지역 후배들도 같이 봉사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며 사람들에게 식사를 권했다.
홀로 특별한 요리를 해먹자니 귀찮거나 방법을 모르는 독거노인에게 복날 삼계탕 한 그릇은 큰 위안이 된다. 이것 말고도 장점이 많다. 이의숙(59ㆍ복흥 정산) 주민자치위원회 총무는 “어르신들 혼자 챙겨서 못 드시잖나. 혼자 계시다 나와서 친구도 만나고 안부도 물으며 어울려 식사하고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보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총무는 비바람 몰아치는 바깥 천막 아래 물을 틀어놓고 약 200명분의 설거지를 하느라 매우 바빴다.
이처럼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음식의 맛은 당연히 좋다. 홍귀순(74ㆍ복흥 정산)씨는 “어른들을 대접하려고 정성껏 준비하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 작년에 이웃 따라 처음 왔다가 너무 좋아서 올해는 우산 쓰고 걸어왔다. 비 때문에 못 나온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유일한 안타까움은 비 때문에 나오지 못한 주민이 꽤 있었다는 점이다. 행사 장소도 원래는 복흥경로당 앞마당으로 예정됐지만 노인들이 비바람 맞아가며 식사를 할 수 없기에 정산체육공원 내 실내 배드민턴 연습장으로 옮겼다.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주민들에게는 아쉬움이 됐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 아니더라도 초복에 삼계탕을 먹고 이웃과 정을 나눈다는 것은 복흥면의 자랑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순수한 마음에서 봉사를 하는 의도가 간혹 왜곡돼 속상하지만 이런 데 휘둘리지 않고 여러 사람이 뜻을 합쳐 행사를 계속 해야 한다”는 박창근(46ㆍ복흥 답동)씨의 바람처럼 내 일 같이 나서서 식사를 준비하고 또 맛있게 먹고 고마워하는 모습들이 앞으로도 계속되기 바라며 수저를 들었다. 밥알이 눌지 않도록 닭죽을 계속 저어야 했던 사람의 고생이 부드럽고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맛으로 전해졌다.

①복달임 행사에 애정을 갖고 있는 박상칠 복흥면주민자치위원장. ②③닭다리는 뜯어야 제 맛. 정성이 듬뿍 담긴 복흥 삼계탕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④비바람 맞으며 준비한 수고는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보상이 된다. 그런 모습을 보는 자원봉사자는 또 행복함을 느낀다. ⑤농악 공연은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농악단원의 표정에서 삼계탕 나눔 행사를 축하하는 분위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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