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으로 몰린 판로 막힌 ‘복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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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으로 몰린 판로 막힌 ‘복분자’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07.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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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순창농협 수매량 작년 3배, 조합원과 … ‘생채기’, 구림농협 전량수매 원칙 ‘호평’ … 판로확보 관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의한 군내 농산물 판로 차단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직거래가 끊긴 복분자가 대거 농협으로 몰려들면서 농민과 농협 사이에 크고 작은 생채기도 생겼다.
6월에 수확하는 복분자 농협수매는 지난달 27일경 모두 끝났다. 수매 규모는 서순창농협이 약230톤(t), 14억원 규모로 가장 많고, 구림농협도 73톤, 4억3000만원어치를 수매했다. 순창농협은 쌍치지점에서 40톤을 수매했다. 동계농협은 지역 특성상 매실을 주로 취급하고 복분자 수매는 거의 하지 않았다.
복분자 생산량이 많은 복흥면에서는 수매 종료일 직전 비가 내려 농민과 농협의 갈등이 표출됐다. 물에 젖은 복분자를 그대로 내자니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루 이틀 시간을 두는 사이 수매가 종료돼 더 이상 낼 수 없게 된 것. 한 농민은 “복흥면에서도 지대가 낮은 곳 사람들은 일찍 따서 낼 수 있다. 지대가 높은 곳은 복분자를 늦게 따게 된다. 일찍 따는 사람들이 2차분 낼 때 늦게 따는 사람들은 1차를 내고 있다. 늦게 딴 사람들이 못낸 경우가 꽤 있는데 농협이 이런 차이를 감안해 수매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복분자 수확은 농민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봄철에 농협으로부터 인건비로 쓸 영농자금을 대출받고 외상 농약대금을 복분자를 팔아 갚는 것이 보통인데 최근 이 체계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순창농협은 수매종료일에 맞춰 불가피하게 수매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양철인 전무는 “납품하기로 한 업체와 계약이 되어있어 26일에 끝내려고 했다. 그런데 타 지역보다 복분자가 늦게 나는 것을 감안해 27일까지 수매를 진행했다. 갑자기 수매를 중단한 것은 아니며 1차 수매할 때 조합원이 모두 종료일을 알고 그 전에 내도록 홍보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농민과 농협의 입장 차이는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농민은 비가 와서 수매 마감일을 조금 넘겨도 받아줄 거라고 해석한 반면 농협은 계약관계를 이유로 수매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수매 마감일을 정확히 모르는 조합원도 있었다. 서순창농협은 올해 복흥면 복분자 작목반의 물량까지 맡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많은 복분자를 수매했고 판로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반갑지 않은 논란이 생기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운 눈치다. 
군내 복분자 수매를 진행한 농협 가운데 구림농협과 순창농협은 그나마 뒤탈이 적거나 없었다. 구림농협은 올해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복분자 수매를 원활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은 전량수매를 원칙으로 하되 50톤을 넘긴 계획 초과물량에 대해서는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정책을 폈다. 복분자는 통상 두 번째 수확한 것부터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생과로 팔기에는 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 물량에 한해 가격을 낮춰서 받되 수매 여부는 농가에 자율적으로 맡긴 것이다. 김상신 구림농협 상무는 “농가가 생산한 것을 다 사줘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사야 했다. 비가 오고 나면 육안으로 봤을 때 상태가 좋았어도 구더기가 나오는 복분자가 나온다. 농가에는 미안하지만 구더기가 많은 복분자는 가공용으로도 팔 수 없기 때문에 되돌려 보냈다. 늘어난 물량이 악성재고로 남지 않도록 판로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사태로 위축된 지역경제가 조금씩 회복해도 이미 수확이 끝난 복분자의 거래중단으로 입은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 몫으로 남게 됐다. 최근 농산물 수매와 관련해 복흥농협에서 생긴 조합장과 조합원의 다툼 등은 안정적이면서도 다양한 유통망 확보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농협 수매보다 웃돈을 제시하는 상인에게 판매하는 농민과 이를 이유로 판매처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농협의 입장 차이는 메르스로 인해 생긴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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