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이낙연 전남지사, 면장들에게 ‘시비’를 건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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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낙연 전남지사, 면장들에게 ‘시비’를 건 속사정?
  • 배명재 기자
  • 승인 2015.08.26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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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5년 8월 17일치

“지금까지는 눈감아줬지만, 앞으로는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불거진 크고 적은 업무실수에도 좀처럼 얼굴을 붉히지 않던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마침내 격앙했다.
17일 오전 실국장회의에서 이 지사는 역사·관광자원 관리부실을 거론하며 전례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의 ‘결연한 모습’도 그랬지만 난데없이 읍·면·동장을 몰아세운데 대해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이 지사는 “‘연휴 중에 안중근 의사 장흥 사당 관리가 부실하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말문을 연 뒤 곧바로 행정 최일선을 맡고 있는 읍·면·동장을 겨냥했다. 이 지사는 “안중근 의사 사당 뿐만 아니라 시·군 역사 유적, 문화자산, 관광시설 관리실태가 미안하지만 엉망”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지사는 곧바로 “어떤 곳은 문짝이 덜렁덜렁하고, 문풍지에 구멍이 숭숭 한데도 있고, 먼지가 쌓여 앉아있을 수 없는 곳이 있고, 잡초가 우거지고, 거미줄이 쳐져 있고, (관광지)화장실엔 접근할 수 없는 곳이 수수룩하다”며 일일이 증거까지 댔다. 그러면서 “(관리를)도청이 다 할 수 없으니 이런 것은 시·군 각 읍·면·동장 책임하에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큰 돈 들 것도 아니고, 또 이런 시설이 몇 군데나 있겠느냐”고 거듭 읍·면·동장의 분발을 요구했다.
이 지사는 “일주일에 두번만 들러도 된다”며 구체적인 대안도 내놨다. 그는 “주말 시작 전 금·토요일에 청소 좀 하고, 보관상태 살펴보고, 월요일 오전에 들러 쓰레기 떨어졌나 보고, 훼손된 것은 없는지 보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라면서 “그것도 못하면서 ‘전남관광’ 운운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목청을 돋웠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필요하다면 읍·면·동장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까지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뒤 “지금까지는 눈감아줬지만 앞으로는 용서하지 않겠다”며 관련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 지사의 이례적인 ‘강경 발언’에 대해 전남도청 안팎에서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단순하게 ‘도지사와 면장 사이의 시비’라고 보는 시각에서부터 ‘시장·군수 길들이기’ ‘실·국장 군기잡기’라는 주장까지 불거지면서 이 지사의 발언 진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전남도의회 한 의원은 “도지사가 형식적으로는 읍·면·동장을 지칭했지만, 실제는 시장·군수들의 무책임성과 안하무인적 행정을 지적하고, 나무란 것이라 봐야 한다”면서 “최근 일부 지자체들이 도청의 정책적 결정에 대해 과도하게 반발하고, 시민단체들을 앞세워 도지사를 압박하는 행위가 있었는데, 이런 행태에 대해 외둘러 경고 메시지를 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전남도청 중·하위직 직원들은 실·국장들에게 솔선수범을 촉구하는 ‘내부단속용’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전남도청 한 사무관은 “도지사가 발언에 앞서 ‘이건 문화관광체육국과 자치행정국 사안이긴 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읍·면·동장 책임론을 거론한 것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실장이 앞장서 이런 사소한 일 하나 풀어내지 못한 문제의식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남도청 공무원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는 직원은 “이 지사가 오늘처럼 강한 어조로 공무원들을 꾸짖은 적이 없어 무척 당황했다”면서 “그동안 도지사 권한 상당수를 아래로 내려놓고 살림을 꾸려왔는데, 다시 거둬들이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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