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종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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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종이밥>
  • 글 박영신(‘다감’회원)
  • 승인 2015.09.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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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중미 / 그림 김환영

꽃 이름과 같았던 ‘종이밥’  …  밥풀 냄새가 나는 책
주변 사람에 빛이 되어 기쁨 주는 ‘송이’를 생각하며

‘종이밥’, 책 이름이 그저 꽃 이름 같았다. 오래 전부터 제목과 표지그림, 표지색깔, 일반 책과는 많이 다른 재생종이 같은 질감의 속지, 두께가 부담스럽지 않은 얇은 책이 자꾸 눈길을 끌었지만 뒤적이다 덮었던 그 책이 운명처럼 나에게 왔다. 모임에서 심지 뽑기로 결정된 책이니 운명이랄 수밖에.
읽는 순간 ‘쿵’하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꽃 이름 같았던 ‘종이밥’이 입을 삐죽이 내밀고 있는 어린 여자 아이의 아픔을 달래는 것이었다니. 심심하고 배가 고프면 종이를 먹는 버릇을 가진 송이는 그저 배고플 때 씹으면 밥풀 냄새가 나는 게 좋아서, 어느 땐 껌 씹는 것 같아서 좋단다.
이 책은 6살 때부터 어린 여동생을 돌봐야 했던 송이 오빠 철이, 아들 며느리가 사고로 죽고 어린 것들 키우느라 힘든 할아버지 할머니, 오빠가 학교 갔다 올 때까지 방 안에 갇혀 지내면서도 철없고 밝게 자란 송이가 나오는 이야기이다. 아파트 숲에 싸인 산꼭대기에 섬처럼 남아 있는 판자촌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손자, 손녀. 할아버지, 할머니. 이를테면 ‘조손가정 이야기’. 김중미 작가는 이미 (전국민 필독서가 된)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 인천의 가난한 달동네를 배경으로 부모와 학교의 무관심 등으로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의 일탈과 성장을 생생하게 그려냈었다. 이 책 또한 어찌 보면 그 연장선에 있는 같다. 작가소개의 글에서 김중미 작가는 잘나고 힘센 아이들보다 못나고 약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그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가난도 슬픔도 이렇게 따듯한 가족애로 풀어낼 수 있는 작가라면 말이다.
어떤 책이건 드라마건,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에서도 조금만 슬픈 내용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내가 아주 조금씩 눈물을 찍어내는 정도였던 것은 순전히 송이의 천진함 때문이었다. 김환영 그림 작가가 표현한 송이 모습이 금방 배시시 웃음이 나게 했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아픈 몸을 이끌고 가족들을 위해 시장 골목 한 귀퉁이에서 좌판을 벌였으나 밤새 기침으로 다시 병원에 가시고 할머니는 새벽부터 청소 일을 하면서 억척스럽게 가족을 지켜낸다. 철이는 할머니가 다정하고 부드러운 분이길 바랐다. 어떠한 일에도 울지 않는 대쪽같은 할머니가 식구들이 다 잠든 밤. 홀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서 우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는 철이.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불쌍해서 견딜 수 없는 철이가 끝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참을 수 없는 울음을 터뜨린다.
아직 그런 슬픔을 모르는 송이는 그저 학교 갈 생각에 조금 잘 사는 동네 친구가 가진 빨간 ‘곰돌이 푸’ 가방을 갖고 싶을 뿐이다. 그런 동생을 위해 오랫동안 모아온 저금통을 털어 가방을 사주는 철이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철부지 송이.
그런 송이를 절에 맡기려고 갔다가 결국엔 몰래 송이를 다시 데리고 온 할머니. 그런 할머니 손을 잡고 “임자, 잘 혔어 잘 혔어.” “임자 손이 꼭 부처님 손 같구만” 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서로를 그리워하고 아끼는 마음이, 함께여서 좋아하는 모습이 잘 나와 있다.

“오빠 왜 나왔어? 나 데리러 온 거야?” 철이는 언제나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송이가 재밌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이송이 넌, 환자야 환자. 공주병 환자.”  “아니지. 진짜 공주지. 공주.” (99-100쪽) 

송이가 팔을 흔들어 대는 바람에 철이 어깨도 덩달아 들썩거렸다. 철이는 꼭 춤을 추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03쪽)

송이 덕분에 기분 좋게 책을 덮었다. 송이의 무한 긍정. 괜히 꽁하고 꼬인 마음 가져 봤자 나만 답답하다. 꼬는 건 다리 꼬는 것도 하지 말자. 꼰 자세는 몸도 삐뚤어지게 만들고 마음까지 삐뚤어지게 하니까.
송이의 밝은 마음이 송이 주변 사람에게 환한 빛이 되어 기쁨이 되는 것처럼 언제나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살고 싶다. 송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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