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하수구처럼 답답한 ‘하수관거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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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하수구처럼 답답한 ‘하수관거정비사업’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5.09.23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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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업자, 남산마을 일부 주민에 정화조 흙 채움 비용 가져가

젊은 사람 사는 집에서는 돈 얘기 꺼내지도 않고 모래 채워줘
시공 힘들면 정화조 계속 사용해도 된다며 비밀유지 당부하고
공사 취지 무시…화장실 물 등 오수, 우수관에 연결한 곳 많아
보수업자 “맨홀 뚜껑 열어 놓고 싱크대 물 틀어서 확인해봐야”

읍내 하수관거 정비사업(하수관거공사) 일부 시공업자가 주민들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례가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공사취지와 다른 시공 현장이 속속 발견되면서 감독ㆍ시행자인 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시공업자는 사용하지 않게 된 정화조 처리비용을 요구해 가구별로 기준 없는 금액을 거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이런 불법 사례는 하수관거공사 관련자인 시공회사, 장비업자 나아가 공사관련 공무원까지 다 아는 사실일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애잔한 주민만 바보취급을 받았다는 것.
이에 더해 공사취지와는 달리 정화조를 그대로 사용하는 가정이 있거나, 일부 가정의 경우 오수가 우수관에 연결돼 있어 200억여원이 투입된 사업의 취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가남ㆍ경천ㆍ교성 등 3개 지구로 나눠 시공하고 있는 하수관거공사는 오수(생활하수, 화장실 처리수 등) 관로와 우수(빗물)관로를 따로 설치하고 공사 구역의 각 가정 정화조를 없애고 화장실 처리수를 오수관에 직접 연결해 하수처리시설로 보내는 공사다. 하지만 읍내 한 식당 주인은 “우리 가게는 정화조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공사업자가 시공을 하려면 일주일 정도 가게를 쉬어야 되고, 부엌 타일을 제거해야 하는데 타일 재시공 비용 등은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고 은근히 부담을 주며 “정화조를 계속 사용해도 되고 공사를 안 해도 되니 선택하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 어떤 가게가 영업을 안 하며 큰 돈 들여가면서 공사를 하려고 하겠나. 그래서 안하겠다고 했더니 다른 집에 가서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폭로했다. 또, 일반 가정의 의뢰를 받아 하수관거공사 하자를 보수하는 한 개인 시공업자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확인해보니 오수를 우수관으로 나가게 연결해 놓은 곳이 꽤 있다”며 “이는 사업취지와는 맞지 않다. 각 가정에서는 자기 집 맨홀 뚜껑을 열어 놓고 싱크대에 물을 틀었을 때 물이 제대로 흘러가는 지 확인해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군에 연락해 점검을 받아야 한다. 제대로 연결이 됐다면 물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맨홀을 열어보면 물이 흐르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나중 일(공사 준공 후 하자 등)을 생각해 오수관이 제대로 연결됐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가남지구 2공구 구간인 남산마을에서 시공업자가 일부 주민에게 돈을 요구하고 돈을 받은 후 정화조를 처리했다는 것.
군이 시행하는 하수관거공사는 화장실 처리수를 기존방법과 달리 정화조를 거치지 않고 오수관으로 바로 흐르게 하는 공사다. 따라서 하수관거공사 후 사용하지 않는 정화조는 흙을 채워 넣거나 땅을 메우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공업자는 일부 주민에게 흙을 메우는 비용으로 5만~20만원 가량의 돈을 요구했다. 가남리 한 주민은 “공사업자가 정화조에 흙(모래)을 채우려면 5만원을 줘야 된다고 해서 돈이 부담돼 채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집 정화조는 현재 빗물 등이 가득 차 방치할 경우 악취나 해충 발생은 물론 주민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같은 마을 또 다른 주민은 “공사업자가 흙 채우려면 20만원을 달라고 하기에 너무 비싸니 15만원에 해달라고 해서 돈을 줬다”며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돈 주고 흙을 채운 것으로 안다. 돈을 안줘도 되는 건줄 몰랐다. 그런 것은 군에서 미리 주민들한테 알려줘야지 시골 사람들 그런 돈 뜯어가다니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이밖에도 돈을 요구해 채우지 않았다는 마을 사람과 10만원을 주고 흙을 채웠다는 사람도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마을에 또 다른 주민은 “우리 집은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없다. 흙을 채울 것인지, 정화조를 부수고 흙으로 덮을 것인지 물어 보기에 부수고 덮으라고 했다”며 “실제로 돈을 받았다면 관련 공사업자나 공무원이나 다 알고 있지 않겠나. 모른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묵인해주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건설업을 하는 마을에서 비교적 젊은 주민에게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나이 많은 노인이나 농사짓는 순진한 마을 주민에게는 돈을 요구해서 돈을 주면 정화조를 처리해주고, 돈을 안주면 정화조를 방치한 사실에 있다. 이는 사업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어르신들을 상대로 의도적으로 돈을 요구해 갈취한 의혹이 있다. 다구나 이런 사실은 공사 관계자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비밀로 공사 인부 아닌 공무원들이 알고도 모른 채했다면 엄중하게 조사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에 대해 군 담당자는 기자의 취재에 처음에는 “흙 채움 비용이 설계에 반영돼 있다”고 답했다가 남산마을의 사례를 설명하자 “설계를 봐야할 것 같다. 당시에는 내가 담당이 아니었다”고 변명하고 다른 직원은 재빨리 “당시에 가남지구는 흙 채움 비용이 설계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선 것처럼 보였다.
담당자는 “교성과 경천지구는 흙 채움 비용이 있다. 가남은 내역을 확인해보고 흙 채움 비용이 잡혀 있는지 보고 알려주겠다”며 “흙 채움 비용은 의무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군 담당 공무원의 답변이 맞다 하더라도 같은 지역에서 같은 공사를 하면서 외곽지역인 한 마을은 주민이 부담해야 하고, 대부분 시가지에 위치한 두 곳은 주민부담이 없다면 과연 용납할 주민이 있을지 의문이다.
하수도담당도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확인 후 조치를 취할 부분은 취하겠다”며 “남산마을의 경우 (흙 채움 비용이 없었다면) 공사하면서 관련된 부분을 주민에게 말하고 (공사)할 수 있지 않겠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가남리 한 주민은 “군이 설계하면서 흙 채움 비용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시골 어르신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 다른 지구는 군에서 해주고 가남지구는 안 해주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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