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인근 축사 ‘소’ 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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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 인근 축사 ‘소’ 급사..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10.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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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쌍치 지내도로 시산교 교량공사 현장

▲김영수 수의학 박사가 죽은 소를 부검하고 있다.(왼쪽) 순창-쌍치 지내도로 시산교 교량공사 현장. 축사는 100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오른쪽)

농장주 “공사장 소음 탓, 소들 벌떡 일어나”
업체측 “공사 진동 거의 안내 … 법적 해결”
부검결과 ‘심장마비’… 환경요인 배제 못해

순창-쌍치 지내도로 건설공사, 쌍치 시산교 교량공사 현장 인근 축사에서 특별한 증세가 없던 소가 죽어 논란이 되고 있다. 농장주는 공사 소음을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사업체 측은 “진동을 발생시키지 않았다”며 “법대로 하겠다”고 대응해 법적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멀쩡하던 소가 갑자기 죽었다
소는 지난 20일에 죽었다. 시산교와 1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축사에서 소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된 것. 죽은 소는 36개월령의 거세우이며 무게는 약 700킬로그램(kg) 정도로 출하하기에 지장이 없었다. 농장주는 “이 소는 죽기 당일 아침에도 멀쩡했다”며 “병을 앓지도 않았고 먹이를 잘못 준적도 없다”고 했다.
농장주 박원식(63ㆍ쌍치 시산)씨는 공사 때문에 생기는 소음과 진동이 스트레스를 줘서 소가 죽었다고 보고 있다. 공사 소음을 줄여달라고 공사현장을 찾아가 항의한 적도 여러 번이라는 것. 박씨는 “소가 죽기 일주일 전부터 하천에 파일을 박느라 굴착을 했는데 소음이 굉장히 심했다. 덤프트럭이 흙을 쏟고 적재함 문을 닫으면서 내는 ‘탕탕’ 소리에 앉아있던 소들이 놀라서 벌떡벌떡 일어섰다. 항의도 몇 번 했는데 그때만 조용해질 뿐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공사현장에 찾아가 이 얘기를 했다. 그러나 업체는 공사 스트레스 때문에 소가 죽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 측은 소의 급사 원인이 공사 때문인지를 가려보기 위해 당일 오후 축산위생연구소 직원을 불러 부검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져 실행하지 못했다. 박씨는 “부검 하려고 온 사람들이 묻을 자리가 확보돼야 부검할 수 있다고 하는 바람에 부검하지 못했다. 업체에서는 우리 동의도 없이 몰래 와서 소 숫자를 세놓고 지금 있는 소 숫자와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우리가 죽은 소를 가져와서 돈 내놓으라고 한다는 말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김영기 미진종합건설 보상담당 과장은 “축협에서 받은 사육현황 자료와 현재 축사에 있는 소의 숫자가 맞지 않다. 소가 몇 마리 있는지 조사했던 것은 이곳이 보상구역은 아니지만 현장 인근에 있는 축사이고 소음에 의한 피해가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 없어 미리 조사를 해둔 것이다. 농장주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므로 임의 조사했다. 보상을 받고자 죽은 소를 가져왔냐는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튿날 다시 부검을 요청했지만 축산위생연구소는 의미 없다며 거절했다. 사건 당일 부검을 왔던 축산위생연구소 관계자는 “어제(20일) 다 준비해서 먼 길을 왔는데 서로 옥신각신하다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해서 되돌아갔다. 죽은 지 하루만 지나도 내부에서 부패하고 세균이 번식하기 때문에 지금은 부검을 해도 죽은 원인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수 박사, “원인은 심장마비”
하지만 이 같은 축산위생연구소의 설명은 곧 면피용임이 드러났다.
이날 오후에 소를 부검한 김영수 수의학 박사는 부검 전 “특별한 원인 없이 소가 죽었다면 일반적으로 심장에 문제가 있다. 심장마비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의 요인으로는 진동과 소음, 전기가 있다. 발굽 달린 동물은 갇혀있지 않는 한 지진에 죽지 않는다. 대신 작은 진동도 감지할 정도로 민감하다. 소음에 의한 스트레스도 물론 있고 전기의 경우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미약한 전기에도 소가 넘어 간다”며 사망 원인으로 환경적 요인을 지목했다. 그는 “정읍의 고속철도(KTX) 공사현장 인근에서 소가 엄청나게 죽어 진단서 끊어 준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공사장에서도 선로 공사를 하는 곳 주변에서 그런 일이 생긴다. 아예 공사업체가 축사를 멀리 옮겨준 적도 있다. 최근에 간 곳에서는 말이 계속 죽어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공사장 소음과 진동이 소 사망 원인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실제로 부검 당시 질병에 의한 출혈이나 목 졸림에 의한 질식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위를 열어본 결과 먹이도 정상적으로 먹었으며 목 안쪽과 심장에서 출혈이 발견됐다. 심장에 문제가 생겼고 죽기 직전 몸부림치며 땅에 부딪혀 목에 출혈이 생겼다는 것이다.
심장마비로 결론 낸 김 박사는 이 같은 소견을 토대로 진단소견서를 작성해주기로 했다. 김영기 보상과장은 박씨의 의뢰로 온 김 박사의 공신력을 의심하기도 했다. 부검 결과가 나온 후에도 이 사건은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 과장은 “우리는 공사하면서 진동을 거의 안 냈다. 농장주가 법적으로 하자고 했으니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공사현장의 소음과 진동이 소의 급사원인에 영향이 있다고 추정되는 이상 업체가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적다.
사실 공사소음은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산교와 바로 맞닿아 있는 농장 쪽으로는 차음벽이 설치돼있었지만 박씨의 축사 방향으로는 그대로 노출돼있다. 김 과장은 “보상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아니라 설치하지 않았다. 소가 죽은 원인이 현장 소음이라면 익산국도관리청에 얘기해서 차음벽을 설치할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법적 공방이 생길 경우 소송이 끝나기도 전에 교량 공사가 마무리 돼 차음벽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사이 얼마나 더 많은 소들이 죽어나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산교 인근 축사에서 사육되는 소는 약 200마리에 이른다. 박씨는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 임신한 소 한 마리가 죽은 적이 있지만 피해보상 요구 없이 자체적으로 처리한 적이 있다. 다른 축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차음벽을 설치하고 보상금 1000만원을 미리 받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보상도 안 받았다. 이번에도 좋게 해결하려고 갔던 것인데 저쪽에서 대응하는 것을 보니 너무 화가 난다”며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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