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금과초 아이들 발걸음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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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금과초 아이들 발걸음 가볍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12.3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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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부푼 아이들... 영화보고 여행도 가고, 안전과 건강 최우선... 방학숙제는 최소화

어릴 적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 방학의 추억이다. 불현듯 학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깼지만 이내 방학임을 알고 다시 잠을 청했던 아침. 책가방 제쳐두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실컷 잠도 자보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심지어 식사를 걸러도 며칠은 부모님에게 혼나지 않은 것은 방학 초기의 특권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방학은 집중적으로 집안일을 도와야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기, 여름에는 농사일을 돕기 바빴고 겨울에는 산에 나무 하러 다니는 어린이도 많았다. 그래도 즐거웠던 것은 무엇이던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 보내다보면 어느새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때서야 밀린 숙제를 해결하느라 진땀 뺐던 기억. 생각하건데 ‘벼락치기’로 해결할 수 없는 숙제가 한 두 가지씩은 꼭 있었다. 선생님은 방학숙제를 몰아치기로 해결할 거란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방학숙제를 검사하는 선생님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던 기억은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이런 추억에 잠기다 요즘 아이들의 방학은 어떤지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 29일, 금과초등학교는 군내에서 가장 늦게 방학을 했다. 올해 겨울방학은 지난여름 메르스 사태로 예년보다 다소 줄었다. 하지만 방학을 맞는 아이들은 여전히 천진난만했고 활달한 모습 그대로였다.
이날 금과초는 전체 학생이 한자리에 모아놓고 방학 중에 꼭 지켜야 할 당부사항 몇 가지를 전달했다. “첫 번째도 안전, 두 번째도 안전, 세 번째도 안전”이다. 김상옥 교사는 겨울방학 기간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와 화재, 폭설 등에 대해 설명했다. 또 동상에 걸렸을 때 대처방법을 설명하고 얼음 위에서는 절대 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빙판에서 놀다가 얼음이 깨져서 빠지면 어떻게 해요? 나오려고 해도 계속 깨지면요.”
“얼음이 깨지더라도 일단 물 밖으로 빨리 나와야 해요. 젖은 채로 몇 분만 있어도 위험해지니까 빙판에는 아예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아요.”
금과초에서는 학급별 수준에 맞는 과제 하나씩만 내는 것으로 방학숙제를 최소화했다. 방학기간에도 아이들은 교사들과 함께 하는 날이 꽤 많다. 1월 둘째 주부터 1주일 동안은 미술ㆍ심리치료 및 진로교육이 진행된다. 그 다음 주에는 방과후교실과 돌봄교실이 진행된다. 넷째 주에는 대학생과 함께하는 ‘쏙쏙캠프’가 예정됐다. 캠프를 제외하면 25명의 학생가운데 20명 이상이 신청할 정도로 참여율이 높다.
강신원 교장은 “놀 곳은 물론 학원 한곳 없는 지역이다 보니 아이들이 낮 시간에 갈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고 학부모의 교육열도 해소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통학버스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5학년 친구들은 영화를 보러 갈 계획을 세웠다. 박준수ㆍ주세경 학생은 “처음으로 버스타고 읍내로 가서 영화 보고 맛있는 것도 먹기로 했다. 우리는 서로 집도 멀고 차로 갈 방법이 없어서 농협 앞에서 만나서 가기로 했다. 어떤 영화를 볼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어머니의 고향인 일본에 다녀올 계획이다. 전교생의 60% 가량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라서 방학 때 외국에 다녀오는 경우가 흔하다. 서로 어머니의 고향에 다녀온 얘기를 나누며 스스럼없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이 학교 아이들의 장점이다. 금과초 학생들은 올해 다문화가족 어울림 한마당 장기자랑대회에서 연극으로 최우수상을 탔고 전북 다꿈 축제에도 참가했다. 다문화교육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강 교장의 설명이다.
몇몇 아이들에게는 고민도 엿보였다. 딸기 수확 시기가 겨울방학 기간과 딱 들어맞아 “여행을 가고 싶어도 딸기농사 때문에 못 갈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서 점심식사를 한 아이들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통학버스로 향하는 마음이 바빴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겨울에 어떤 추억을 쌓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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