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운 보내고 소망 기원하는 정월대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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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운 보내고 소망 기원하는 정월대보름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6.02.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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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휘영청 둥근 보름달을 보며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을 빌어보자.
설날이 가족 간의 명절이라면 정월대보름은 마을의 축제였다. 농경사회에서의 정월은 노달기(농한기)라 농부들이 휴식을 취하고 농사를 준비하면서 풍년을 맞이하기 위해 보름날을 전후로 동제를 지내기도 한다. 옛 사람들은 정월대보름 달 모양과 달빛을 보고 한해 농사를 가늠했다고 하니 정월대보름은 선조들의 일상에 큰 의미 있는 날이다.

농경 중심이었던 어린 시절, 정월대보름을 맞는 음력 열나흘날 밤이면 마을 공터에는 불꽃놀이, 들에선 쥐불놀이로 흥을 돋우고, 이웃마을과 대결하는 석전(편을 나누어 돌팔매질을 하며 싸우는 풍습)에 비지땀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다 밤이 이슥해지면 집집마다 장독대나 툇마루에 차려놓은 까마귀밥을 훔쳐 먹었다.(사실은 먹어치우라고 차린 음식이었다) 이날 밤은 쏟아지는 잠을 참아야 했다.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는 속설이 두려워서 따뜻한 아랫목 이불 속에 다리 넣은 가족들이 도란도란 얘기하며 하얗게 밤을 새웠다.

당시는 무슨 액(사람을 해치고 일을 방해하는 악한 기운)이 그리 많았던지 운세가 불길하다며 동전을 투기했고, 집집마다 뱀 사(巳) 자를 붙여 여름철 뱀의 가택 침입을 방지했다. 마주치는 이에게 잽싸게 ‘내 더위’라고 외치며 더위를 파는 풍속이 있었다. 새벽에는 딱딱한 껍질 속, 호두ㆍ땅콩ㆍ잣 등 부럼을 까먹고 아침에는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먹고 귀밝이술을 마셨다. 휘영청 둥근달이 중천에 뜨면 다리밟기로 건강을 기원했다. 여전히 우리는 정월대보름을 보내며 함께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서로 기원해주는 세상을 기대한다.

우리지역의 요즘 대보름 풍속도 예전만은 못하나 다채롭다. 순창문화원이 열 나흗날(21일) 저녁에 읍사무소 앞 광장에서 달집태우기 행사를 펼친다. 유등면 고뱅이농악단은 18일 체육공원에서 신명난 한마당잔치를 연다. 금과ㆍ팔덕ㆍ복흥ㆍ구림면도 수백명 면민들이 모여 달집을 태우는 화합잔치를 벌인다. 동계ㆍ풍산ㆍ쌍치면은 여러 마을에서 당산제 등을 겸한 다채로운 대보름 행사를 펼친다.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커다란 달집을 준비하고 함께 태우면서, 크고 밝은 달을 보며 개인의 건강과 마을의 번영, 풍년 농사를 기원할 것이다.

행사를 준비하는 주민들이 정성을 다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는 일이다. 명절 음식에 정성을 더하는 것은 조상과 가족을 위하는 마음에다 정성들여 차린 음식은 복을 부르고 액운을 막아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보름 오곡밥의 별칭인 백가반(百家飯 백집밥)이 백 집에서 얻어온 밥이라면 다시 다른 백 집과 나누는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 우리가 ‘그릇에 복쌈을 볏단 쌓듯이 높이 쌓아 올린 뒤 먹으면 복과 풍년이 찾아온다’는 속설을 따라하는 것은 믿기보다는 바라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대보름날 집집마다 장대를 높이 세우고 그 장대에 깃발이나 빗자루 등을 매달아 바람에 날렸다. 팽이치기ㆍ재기차기ㆍ돈치기 놀이를 하며 액운을 떨쳐버리길 바랬다. 열 나흗날에는 겨우내 띄우며 놀았던 연을 모두 날려 보냈다.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놀이 연과의 연(緣)을 끊은 것이다. 이를테면 액땜, 송액(送厄) 행위다. 그래서 송액만리(送厄萬里)ㆍ송액영복(送厄迎福)ㆍ송구영신(送舊迎新) 이라고 적어 날려 보냈다. ‘정월 대보름날 귀머거리장군 연 떠나가듯’ 우리들 근심과 걱정도 날려 보내자.

어린이집 교사 어린이 폭행, 부모 친자식 폭행ㆍ살인, 공권력 시민 무단폭력, 북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구제역ㆍ지카 바이러스 확산 걱정 등 모든 액을 모두 날려 보내는 대보름이길 기대해본다. 갈수록 삭막해지고 인정이 메말라가는 사회를 그저 바라만 보지 말고 서로 돕고 함께 노력하여 휘영청 밝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 둥근 대보름달에 묵은해의 근심 걱정 모두 실어 보내고 밝고 희망찬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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