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밖에 안 된 아이의 섬 여행기.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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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밖에 안 된 아이의 섬 여행기. 새로운...
  • 김승원 다감 회원
  • 승인 2016.03.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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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방학탐구생활」김선정 글 / 김민준 그림

“아빠 죄송한데 이번 방학 때는 학원 못 다녀요.”
“뭐? 왜?”
“이번 방학에 계획이 좀 많아서요.”
“무슨 계획?”
“정글 탐험을 할 거예요. 무인도에 가서요.”

2015년을 되돌아보며 결코 잊을 수 없는 책 한 권을 꼽으라면 전 주저 않고 <방학탐구생활>을 꼽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수도 없이 책을 읽어라, 읽어라 노래를 불렀으나 결국 읽은 책이라고는 마법천자문이나 유아용 세계문학전집 정도였지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책을 읽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작년 봄에 동화동무 씨동무 후보도서를 모두 구입하고 나서 애들이 처음 읽은 책이 <방학탐구생활>이었습니다. 저희도 책을 단행본이 아닌 전집으로 구입하던 편이었고, 동화책을 읽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 해서 그동안은 아이들이 그림책이나 과학동화를 읽었습니다. 그러던 우리 아이들이 처음 접했던 동화책이 <방학탐구생활>이었고, 그것을 읽고는 오래지 않아 후보도서들을 모두 읽었습니다. 어도연에서 나온 아이들과 책 읽을 때 하는 약속 중에, 아이가 읽을 책은 아이가 정한다라는 말이 가슴으로 다가오는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들 독서에서 부모의 역할이란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 좋은 책들을 많이 쌓아 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은 참 재미있습니다. 6학년 밖에 안 된 아이의 섬 여행기라니! 자기 직업에 자부심도 있고 성실하신 아빠, 너무 똘똘해서 얄밉기는 하지만 밉지 않는 동생, 그리고 멘토 역할을 하는 식당 알바 형까지. 등장인물의 면면은 정말 내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학교 친구와의 새로운 관계 형성도 이 책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세상이 그렇게 불공평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저나 집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운 부분도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또 아이들 나름대로 읽고 느끼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우리 식구 만장일치로 <방학탐구생활>을 추천했습니다.
방학에 대한 기억 하나.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방학 중에 어린이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책읽기 프로그램에 저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제가 2학기 반장이었거든요. 그런데 1학년이던 여동생을 집에 혼자 둘 수 없어서 데리고 다녔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점심 도시락을 항상 김밥을 싸주셨지요. 김 한 장에 밥, 그리고 김장 무를 단무지처럼 썰어서 넣은 김밥이었습니다. 첫 날, 다른 아이들과 같이 앉아서 도시락을 먹는데 무언가 모르게 부끄럽더라구요. 지금이라면 친환경 김밥이라며 떳떳하게 먹었을 텐데, 그때는 가난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부끄러웠죠, 대학생이 될 때까지는. 여튼 이튿날부터는 여동생과 둘이서 멀리 놀이터까지 걸어가서 그네에 앉아 김밥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러다 한번은 울었던 것도 같고요. 추웠거든요. 얼마 전 명절에 서울에 갔을 때 여동생이랑 술 한 잔 하다가 이 얘기가 나왔습니다. 내 얘기를 다 들은 동생이 한 마디 하더군요. “그 김밥 맛있었는데.” 제 여동생은 먹성이 참 좋습니다.
이번 방학에는 제가 대학원 수업 때문에 집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이 책의 석이처럼 대단한 모험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전에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면 새로운 모험이 아닐까 싶어 읽기를 추천했습니다. 아빠 없이 방학 지내기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요. 무엇을 해 보고 싶은지 같이 얘기해 보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같이 찾아보면서 모두에게 의미 있는 방학이 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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