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만규 화백,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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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규 화백,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
  • 이담비 기자
  • 승인 2016.03.17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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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섬진강변 들꽃 화폭에 ‘고스란히’ 백두산 여행서 만난 꽃까지 101 작품

 

 

 

 

 

 

20여 년 간 섬진강을 화폭에 담아 오며 국내외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며 ‘섬진강 화가’라는 애칭을 얻게 된 민중작가 송만규(61ㆍ적성 평남) 화백이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라는 화첩을 출간했다. 최근 작업해 온 섬진강 주변의 들꽃그림에 꽃을 바라보며 떠오른 단상을 붙인 이 화첩에는 총 101편의 작품이 들어 있다. 들꽃들을 봄ㆍ여름ㆍ가을 계절별로 분류해 담고 섬진강에서는 볼 수 없는 두메양귀비 같은 꽃은 백두산 여행에서 만난 것을 그렸다.

송 화백을 매료시킨 섬진강

송만규 화백이 섬진강을 화폭에 담기 시작한 것은 1993년 도시와 농촌에 사는 민중들의 삶과 초상을 주제로 열었던 첫 개인전인 ‘이 바닥에 입술을 대고’ 부터였다. 그는 “섬진강 물소리와 더 가까이하고 호흡하면서 지구상의 또 하나 반쪽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안을 수 있게 됐다. 작품을 그릴수록 섬진강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고 그 깊이를 느끼면서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싶어졌다”며 “어찌 보면 그 전에는 사람만을 중시하는 미적 기준을 가졌었지만 섬진강에 대한 아름다움과 그것이 가지는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되면서 나에게 또 다른 삶의 좌표를 제시해 준 셈이다”고 말했다.
이윽고 송 화백은 2002년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동계면 구미마을에 자리를 잡게 됐다. 낮은 돌담 너머로 지나가는 이웃과 눈이 마주치는 작업실에서 홀로 삼시세끼를 끓여 먹으며 지내던 그는 섬진강을 그리기 위해 섬진강 물길을 따라 걸은 것이 수 없이 많아 이제는 눈을 감고 섬진강을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어느 날 섬진강변을 걷다가 발밑에 피어있는 한 뼘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들꽃들을 관찰하게 됐다. 그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끼손톱만 한 작은 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아름다운 자태야말로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기에 충분했다. 서양의 커다랗고 화려한 꽃에 비교 할 바가 안 되게 꽃의 색감이나 자태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며 “군락을 형성한 들꽃을 보며 지극히 작고 얼핏 보면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자연을 유지하게 되는 자연의 보고라 생각하며 우리가 사는 인간세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보잘것없이 보일지 몰라도 민중이라는 사람들이 역사의 주인공이듯. 자연도 마찬가지로 하찮아 보일 수 있는 작은 것들이 자연을 지탱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에서 정말 소중하고 예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 후 그는 새로운 들꽃을 발견하면 그 가치를 되새기며 화폭에 옮기기 시작했다. 작은 들꽃의 모습을 잘 살리기 위해 가는 연필(세필)로 꽃잎 주름까지 섬세하게 묘사했다. 먹물로 피어난 은은한 색의 들꽃은 색채가 강렬한 유화 그림의 꽃과 달리 소박하지만 우아함을 드러낸다. 또한 꽃의 생김새, 학명, 꽃말 등은 그 스스로의 영감을 얻어 글로 썼다. 좁쌀만한 꽃들이 닥지닥지 매달린 모양의 들꽃, 꽃다지를 보면서는 어디에서도 함께 몸 비비며 사는 우리네 삶을 표현하고 송화백이 추구하며 살아왔던 인생의 흔적들을 그림과 글 속에 담았다.
그는 “거친 들판에서도 꼿꼿하게 꽃을 피우는 노란 민들레는 독재에 항거하고 자기 몸을 희생해 이 땅에 민주주의 씨를 뿌린 열사들과 같다”고 전했다. 또한 “강가에 피어난 들꽃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며 “알아주는 이 없어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싹을 틔우는 들꽃을 통해 작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자세도 새로 배웠다”고 말했다.

‘섬진강 미술관’ 명예관장

송 화백은 지난 1월 적성 평남에 위치한 ‘섬진강 미술관’의 명예관장으로 위촉됐다. “그간 섬진강을 담아내며 살아온 만큼 섬진강과 순창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야겠다”고 소감을 전하며 “화가의 역할은 좋은 작품을 많이 생산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고 그 다음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주변과 같이 더불어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미술관 주변의 옹기종기 예쁜 마을들을 예술적인 분위기가 나도록 꾸밀 수 있었으면 한다. 이어 우리지역 순창이 예술적 정서가 풍요로워 질 수 있도록 전문가들만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어릴 적 그림일기를 그리듯 누구나 자기사고나 경험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도록 예술문화가 활성화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섬진강을 화폭에 담아 온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못 그린 것이 너무 많다는 그는 앞으로 “섬진강이 안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만이 아닌 섬진강 유역의 역사나 풍습까지도 더 적극적으로 작품화 시켜야 한다”고 말하며 앞으로 ‘섬진강 미술관’에서 명예관장으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끊임없는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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