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워야 속 시원한 ‘농민’ … 불 날까 속 끓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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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워야 속 시원한 ‘농민’ … 불 날까 속 끓이는...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03.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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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ㆍ밭두렁 태우기 두고 농민ㆍ행정 인식 엇갈려

‘그냥 두자니 지저분하고 태우자니 말리고…’
농번기를 앞둔 농민들이 논ㆍ밭두렁을 소각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작은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태워야 속이 시원한 농민과 혹여나 큰 불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행정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기 어려운 모양이다.
농민들은 지금까지 많게는 수십 년 동안 논ㆍ밭두렁을 태워왔다. 해충과 잡풀을 제거하는 데는 불을 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예초기나 낫으로 풀을 제거하기에는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선택하는 이유가 있고 잡초에서 떨어진 씨앗이 싹을 틔워 자라면 여름 내 곤란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태우는 경우도 있다.
반면 행정에서는 논ㆍ밭두렁 소각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뿐더러 자칫 화상을 입거나 인근 주택과 야산으로 불이 번질 수 있다며 만류하고 있다. 해충과 천적을 이루는 벌레를 비롯해 유용미생물까지 죽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인데 농촌진흥청은 논두렁에는 해충류보다 천적류가 8배나 많다며 소각으로 인해 오히려 잃는 게 많다고 강조하고 있다.
군에서는 산불방지예찰단을 운영하며 소각을 제제하고 계도를 하고 있지만 인식차가 워낙 커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주 산림축산과 산림보호담당자는 “마을회관을 다니고 이장님들께 소각을 자제해줄 것을 전달해달라고 홍보해도 옛날부터 소각해온 게 있다 보니 바뀌지 않고 있다. 면사무소 예찰단원이 소각하지 말라고 제제해도 그때만 멈추고 다시 태우곤 하는데 정작 말씀하시는 이장님도 태우는 일이 있다”며 “계도해도 굳이 태워야겠다고 하는 현장에는 어쩔 수 없이 진화요원이 물통을 준비해서 대기하기도 한다. 설마 산불로 연결되겠냐고 쉽게 생각하는데 논ㆍ밭두렁을 태우던 불이 번져서 주택을 태우거나 산불로 연결되는 일이 몇 건 있었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상으로는 논ㆍ밭두렁 소각을 제제할 근거는 없으며 주택과 산불로 이어지면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워서 얻는 병충해 방지 효과는 그 위험성을 감수할 만큼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한사코 불을 지피는 것은 한 해 농사를 앞두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는 일종의 의식이자 목욕재계 차원으로 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안전이라면 논ㆍ밭두렁을 태우는 일도 적극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태우지 않고 중요한 곳만 정리하는 정도에서 끝내는 농민이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안전 확보를 위해 읍ㆍ면사무소에 날짜를 공지하고 동네 주민이 함께 작업하는 곳이 많은 것은 다행이다.
지금도 바람 잔잔하고 맑은 날에는 들녘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발견되곤 한다. 태워야 속 시원한 농민과 이를 보고 속 타는 행정은 언제쯤 시선을 같이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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