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옥, 청소차 운전하는 여성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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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옥, 청소차 운전하는 여성 공무원
  • 이담비 기자
  • 승인 2016.06.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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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위생매립장 ‘홍일점’ 묵묵히 일하는 모범 직원. “눈 와도 미끄러지지 않아 오히려 운전하기 딱 좋아요”

▲순창군쓰레기위생매립장에서 5톤 청소차를 운전하는 은옥 씨. 큰 차를 운전하려면 어렵지 않은지 묻자 그는 오히려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여자라서 힘든 점 없어
안은옥(28ㆍ팔덕 백암)씨는 순창군쓰레기위생매립장에서 순창 여성 최초로 청소차를 운전하는 9급 지방직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다. 이곳에서 일한지는 1년 7개월가량 됐다.
그는 아침 7시에 출근해 차량 운행에 앞서 5톤 청소차의 바퀴와 엔진 상태를 점검하고 작업 동료 미화원 1명과 담당구역의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출발한다. 그가 순회하는 구역은 동계면과 적성면이다. 요일마다 짜여진 코스에 맞춰 구석구석 마을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다시 매립장으로 돌아오면 금방 오전시간이 지나있다. 점심식사를 한 뒤, 청소차에 쌓인 쓰레기들을 매립장에 반입하고 차고지에 주차하고 나면 퇴근 준비가 끝이 난다. 화요일은 오후에 재활용 수거차량을 가지고 재활용품을 수거하러 나간다. 종종 민원 해결을 위해 나갈 때도 있다. 보통 청소차가 지나간 다음에 내놓은 쓰레기들을 가져가라는 민원이나 불법으로 내놓은 쓰레기라 수거하지 않은 쓰레기를 ‘그래도 가져가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대부분이다.
최근 운행하는 동계면과 적성면 중에서는 동계 신촌마을이 가장 쓰레기 배출이 잘 되어 있다고 한다.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거나 재활용 분리수거가 잘 안되어 있으면 손이 많이 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금은 생활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작년까지는 읍내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했었다. 여름에는 악취도 심해서 고생이 많았지만 이제 읍내 번지수만 대도 위치를 다 알 정도로 베테랑이 되었다고 한다.
여자가 거대한 청소차를 몰고 다니니 주민들이 보고 많이들 놀라한다. 혹시 주민들이 먼저 말을 걸어 올 때도 있지 않냐고 묻자 은옥 씨는 단번에 “아니요”라고 하며 “바빠서 대화나 인사할 시간도 없어요. 그리고 대화하게 되면 제가 주민들에게 시간 맞춰 쓰레기를 내놓으라는 등 잔소리만 하게 되니까 그냥 지나쳐요”라며 자신의 인기를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주변 동료들은 주민들이 은옥 씨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여자가 운전을 한다니까 다들 놀래지. 거기다 얼굴도 예쁘고 나이도 어려보이니 고생하고 애쓴다고 다들 한마디씩 하는 걸”하며 옆에서 동료가 말하자 은옥 씨는 “여자라서 힘들다거나 하는 점은 진짜 없어요. 솔직히 작은 음식물차는 힘이 안 좋은데 지금 5톤 생활쓰레기차는 크고 힘이 좋아서 겨울에 미끄러지는 일도 없거든요. 불편한게 없어요. 다만 제발 주민들이 규격봉투를 사용하고 시간 맞춰 쓰레기를 내놓았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남자 동료들뿐이지만 다들 고마워
지난주 금요일에는 쓰레기위생매립장 직원들의 단합대회가 있었다. 이 날 동료들은 은옥 씨 때문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은옥 씨가 새벽 4시 부터 일어나 애호박전, 새우튀김, 새송이버섯전 등을 준비해 온 것이다. 동료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도 없이 준비해왔다며 은옥 씨의 음식솜씨에도 놀라고 마음씨에도 놀랐다. 은옥 씨는 “점심 식사 메뉴가 염소 고기라 못 드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준비해왔어요”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동료들이 남자들뿐이라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의 애로사항도 있다. 하지만 은옥 씨는 “김종관 주사관님을 통해 길도 외우고 운전하기 쉬운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고 함께 호흡을 맞추는 동료가 많이 애써줘서 지금까지 사고가 안 나 다행이에요. 또 모든 동료들이 잘 챙겨줘서 분위기도 좋고 즐거운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요”라며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동료들도 은옥 씨에 대해 “착하고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한다”, “흐트러짐 없이 정석대로 일을 처리한다”, “여자라고 빼는 것 없이 모든 일에 다 참여한다”는 등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한가지 단점으로는 “평소 말이 없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본 은옥 씨 중 가장 많이 말한 것 같다. 1년 치 대화를 오늘 다 한 것 같다”는 등의 말을 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매립장서 일하면서 평범한 삶 시작
2014년 12월부터 근무를 시작한 은옥 씨는 사실 처음에 청소차 운전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전북도청 누리집을 통해 운전직 모집 공고를 보고 응시했는데 합격하고 발령을 쓰레기위생매립장으로 받게 됐다. 그리고 매립장에 출근을 해서야 청소차 운전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시작했어요”라며 당시의 소감을 전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 생활을 했던 은옥 씨는 일찍 사회생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 전주대 일어일문학과 1학년을 마치고 중퇴했다. 그 뒤 여러 지역에서 아르바이트 생활을 했었다고 한다. “1년 365일중에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했어요. 그때는 주말을 즐기는게 사치라고 느껴졌거든요. 게다가 알바도 하루에 두세개씩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녔어요. 한식당주방장부터 서빙, 주차관리까지 닥치는 대로 일했어요. 휴가철에는 강천산에서 노점 장사도 했어요. 돈 없으면 살기 힘들다는 생각에 열심히 모았어요”라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바쁘게 일하느라 친구들도 안 만나다 보니 연락도 끊겨서 20대의 대부분을 그렇게 보냈다고 한다. 
주말도 없이 정신없는 삶을 살던 은옥 씨는 매립장에 근무하면서부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하루에 4시간 일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라 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돈을 적게 벌지만 그동안 모은 돈으로 집도 샀기 때문에 앞으로는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일제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해서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매립장에서 일하면서 처음으로 주말에 쉬어봤어요. 주말 이틀 쉬는데 한 달 쉬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더라고요. 또 여기 일하면서 취미생활도 시작했어요. 한국화가 취미라 집에서 밤새 그림을 그리기도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려고 해요. 최근에는 피아노 배우려고 피아노도 샀어요” 라며 좋아했다. 손재주가 많은지 은옥 씨는 한국화도 하고 요리도 잘하며 양장기능사 자격증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사람들은 은옥 씨를 보며 ‘청소차 운전이 여자에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은옥 씨는 여기서 일하는 것이 취미생활도 즐기고 자기계발 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은옥 씨는 “앞으로도 사고 없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할 거에요. 지저분한 쓰레기를 수거하고 쾌적한 거리를 만들 때 마음이 뿌듯해져요. 요즘에는 재활용품 분리배출과 청소 의식이 향상되서 많은 쓰레기가 줄어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일 할거에요”라며 깨끗한 순창을 만들기 위한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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