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이 무너지면 주권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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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쌀이 무너지면 주권을 잃는다
  • 구준회 사무국장
  • 승인 2016.10.0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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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준회 순창군농민회 사무국장

쌀값이 몇 년 동안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더니, 급기야 올해는 폭락을 해버렸다. 그야 말로 “쌀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올해 조생종 벼의 산지가격이 전국 평균 13만7000원대이다. 어떤 지역은 아예 수매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왜 이렇게 쌀값이 폭락을 하였는가. 정부는 농민의 과잉생산과 소비감소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우선 2016년 8월 기준 정부재고미가 175만톤이라고 한다. 게다가 정부는 매년 의무수입물량으로 40만톤을 들여온다. 수입쌀이 국내시장에 저가로 유통되면서 국내산으로 둔갑한다. 자연히 국내산 쌀의 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쌀값 폭락의 원인은 명백하게 정부의 양곡정책에 있다. 수입쌀을 포함한 재고미를 시장에서 격리시키지 않는 한, 신곡의 가격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쌀값이 하락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큰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쌀도 다른 공산품들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비싼 값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쌀은 식량과 먹거리 관점으로 접근해야하며, 식량과 먹거리는 무조건적인 시장논리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휴대폰과 같은 공산품은 없으면 없는 대로,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살수는 있다. 하지만 식량이 없으면 아예 살수가 없다. 또한 입는 문제, 사는 문제와 더불어 먹는 문제는 인간의 기본 권리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먹거리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얼핏 보면 먹을 것이 부족함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다시 쌀값문제로 돌아와, 쌀값의 하락은 쌀농사를 포기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은 이미 쌀을 제외한 나머지 곡물의 99%를 수입하고 있고, 주요 4대 곡물(쌀, 밀, 옥수수, 콩)을 전세계에서 5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라고 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 땅에서 쌀마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진다면, 거의 모든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곧 식량주권을 상실하는 것을 말하고, 주권을 잃은 나라의 국민들은 강대국의 원조에 의지해야 하며, 이는 곧 식민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강대국들 패권싸움의 한가운데 있는 우리 한반도가 식량자급능력마저 상실한다면 우리 국민은 무엇으로 살아야 할지, 지금보다 더 큰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 눈에 선하다. 멕시코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모든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게 될 것이고, 돈 없으면 아파도 병원에 못가고, 돈 없으면 수도, 전기도 못 쓰는 세상이 될 것이다.
지난 9월25일, 백남기 농민께서 결국 숨을 거두셨다. 작년 11월14일, 백남기 농민을 비롯한 민중총궐기에 참석한 농민들의 요구는 박근혜가 선거당시 공약한 쌀값 21만원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농민들을 향해 불법적인 물대포 발포로 응사하였다. 전국에서 백남기 농민의 희생을 애도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수하는 분향소가 세워졌다. 순창에서도 27일부터 교육지원청 네거리에서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분향소 앞을 지나가는 초등학생들이 누구냐고 묻는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망설여지지만,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주면, 어린 아이들조차도 숙연해지며, “불쌍하신 분이네요.”라고 한다. 어린 아이들도 느끼는 애통함과 억울함을 정부여당과 정치권은 ‘책임이 없다’라고하고 있다.
쌀을 지키는 것이, 우리 농업을 지키는 것이 이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이제는 무기로 전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식량으로 전쟁하는 시대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미 해외농업개발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투자의 목적은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를 지키고 국민의 먹거리 주권을 지키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기업의 특성상 높은 수익률 내기 위함이지, 우리나라의 식량위기를 걱정해서 투자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농민의 힘으로, 그리고 전 국민의 연대로 우리 쌀, 우리 농업 꼭 지켜내고 백남기 농민의 한을 풀어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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