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준 군, 판소리 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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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준 군, 판소리 꿈나무
  • 이담비 기자
  • 승인 2016.10.05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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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4년, 올해 6개 판소리대회서 ‘수상’ 심청가 연습 … 심봉사 젖 동냥 대목까지, 어머니 김양순 씨, 필봉농악보존회 단원

2년 6개월 전 판소리를 시작한 양은준(순창초 4년) 군은 올해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춘향국악대전, 홍성가무악 전국대회, 인동초 전국국악대전, 임방울국악제 전국대회, 대구국악제 전국국악경연대회 등 많은 대회에서 입상했다. 은준의 ‘판소리 이야기’를 들으려 은준과 은준 어머니 김양순(46) 씨를 만나보았다.

은준은 엄마의 권유로 판소리를 시작됐다. 은준 어머니 김양순 씨는 “은준이가 워낙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은준은 “해야 하는데 소리가 안 나오니까 서러워서 눈물이 났어요”라며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똑같이 한다고 했는데 선생님은 아니라고 하니까 울고 포기하고 싶고 답답하고 그랬어요”라고 말했다.
그런 은준를 잡아준 건 역시 어머니였다. 김양순 씨는 “아무리 싫어도 3년은 해보자. 정말 네가 재능이 없는 건지, 몰라서 어려워하는 건지 알아보자. 3년 후에는 네가 정말 좋아하는지 알게 될 거야”라고 은준을 다독였다. 2년이 지난 지금 은준은 판소리가 좋다고 말했다.
또 식구들이 모이면 ‘노래 한번 해봐, 소리 한번 해봐’하면 울며 안하겠다고 떼도 썼는데 요즘에는 집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시거나 기념일이 되면 기꺼이 나서서 소리를 들려준다. 가족들에게 소리를 선물하겠다며 조용한 성격이 많이 변했다.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판소리는 예절을 중요시하고 예절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하기 때문에 집에서 가르치지 않아도 혼자서 예절을 알고 행동하게 됐다.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학교생활에서도 선생님을 부모님과 똑같이 생각하며 존경한다.
은준은 판소리하는 일은 개인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학교수업에 소홀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쓴다. 은준 어머니는 “학교 교육과정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소리꾼이 된다 해도 기본 교육이라는 자양분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학교 공부도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 피아노는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정확한 음을 잡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 공부하고 있다.
판소리를 통해 생활이 달라진 만큼 실력도 더욱 늘었다. 은준은 일주일에 두 번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윤진철 명창의 제자 윤영백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 강습이 없는 날은 혼자서 반복연습을 하고 있다. 네 시간 반에서 다섯 시간 걸리는 심청가를 연습하는데 2년 만에 한 시간 정도 분량까지 왔다. 곽씨 부인이 죽고 심 봉사가 젖동냥으로 심청이를 키우고 있는 대목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대회에 나갔다. 주말에 출전하는 대회에는 아버지가 동행한다. 어머니도 주말에는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김양순 씨는 임실필봉농악보존회 단원으로 활동하며 고깔소고를 연주한다. 필봉문화촌에서 운영하는 야간 상설공연 전통 창작연희극인 ‘웰컴 투 중벵이골’에 5년째 출연하고 있다.
은준은 선생님과 단 둘이서 판소리를 공부하다 보니 일반 수강생들을 만날 기회가 드물다. 공부를 하고 있어도 내가 공부를 잘하는지, 다른 친구들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여기저기 다니며 교류해보자는 마음으로 대회에 나가게 됐다. 대회에 나가 친구도 사귀고 잘하는 사람은 얼마나 잘하는지, 열심히 하는 사람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배우고 알아가는 기회가 됐다. 올해 나간 대회에서 은준은 전부 수상했다. 어느새 대회 전 분위기를 파악하며 상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예측하기도 한다. 생각만큼 소리가 안 나오면 무대에서 내려와 울먹거리기도 하고, 실수하면 아쉬워하는 등 욕심이 생겼다. 그런 욕심과 흥미는 텔레비전 시청보다 명창들이 공연한 영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공부한다. 챙겨야 할 소품, 의상 등도 많고 저녁에 멀리까지 가면 차멀미도 하지만 사람들이 소리를 들어주니 좋다고 한다. 물론 무대에 올라 서기 전에는 많이 떨리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면 떨리는 것도 없어진다.
은준 어머니는 “남 앞에서 노래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더구나 소리는 금방 다듬어지는 것이 아닌데 정말 나아졌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판소리 사설 자체가 전라도 사투리가 많고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한문 글귀가 많아요. 하지만 그 어려운 뜻을 다 이해해야 감정을 담아서 노래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서툴고 어색해 했는데 반복하면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 좋아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은준 어머니는 “하지만 재능이 있는지는 솔직히 아직 모르겠어요. 부모라서 객관적인 입장이 될 수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대회에 나가거나 주변 어르신들이 듣고 ‘앞으로 소리 하겠다’ 말씀해주시니까 은준이가 좋다면 그 길을 가면 좋겠어요. 또 선생님께서도 그동안 한 번도 말씀안하시다 얼마 전 소리하겠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은준도 주위에서 받는 칭찬이 좋단다. 사람 많은 곳에서 소리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라, 꼭 소리하는 사람이 돼라’는 칭찬받을 때 뿌듯하고 자부심도 느낀다고. 주변 이웃들도 은준의 느는 실력에 칭찬을 많이 해준다. 은준 어머니는 “매일 집에서 연습하기 때문에 주민들께 많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많이 시끄러울 텐데 이해해 주시고 요즘은 이웃 어른들이 ‘너 많이 늘었더라’ 칭찬으로 인사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은준과 은준 어머니는 이웃들에게 고마움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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