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주 한 병, 담배 한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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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주 한 병, 담배 한 갑
  • 김귀영 독자
  • 승인 2016.11.09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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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귀영(순창읍 민속) 전 초등학교 교사

가을, 원수 같은!
가을이구나! 빌어먹을 가을
우리의 정신을 고문하는
우리를 무한 쓸쓸함으로 고문하는
가을, 원수 같은.  
나는 이를 깨물며
정신을 깨물며, 감각을 깨물며
너에게 살의를 느낀다
가을이여, 원수 같은            -정현종 시

수국추광모(水國秋光暮)
수국에 가을빛 저물고
우심전전야(憂心輾轉夜)
시름으로 뒤척이는 밤
-이순신,「한산도야음(閑山島夜吟)」에서

위대한 시인도, 성웅 이순신도 적막한 가을밤을 이렇듯 노래했는데 우리 같은 민초들이야 찬바람 불고 낙엽 지는데 어찌 옆구리 시리지 않으리요?
소주 한잔을 붓자 차가운 알코올이 위장에 전해지며 그 동안 잘 계셨소? 하고 안부를 물어온다. 안주는 커피 향 그윽한 담배 한 모금!!
이윽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술잔 가까이, 최대한 크게 틀어놓고 두 번째 잔을 든다. 흐르는 곡은 한석규 주연의 남북의 갈등 속에 비운의 사랑을 담은 영화 <쉬리>의 주제곡(OST)! “When I Dream”
클래식 쿨 에프엠(Cool FM) 방송의 가곡, 재즈, 가요까지 아우르는 이 시간을 나는 가장 좋아한다.
해방전 평양중학교를 다니셨던 선친께서는 고향에 돌아와 경찰로 근무하시면서도, 기타를 잘 치셔서 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도 사람들이 노래하면 곧 바로 반주를 맞춰 흥을 돋우시고 동생들과(작은아버지들) 조카들에게도 기타를 가르쳐주셨던바 나도 음악을 좋아하고 우리 아들도 예술고와 음대를 다녔으니 유전적 피가 흐르는가보다.
아~ 그러나~ 옆구리 시리다고 시 한편 적어놓고 술 마시며 노래할 때인가! 며칠간 인터넷 실방 1위로 “박근혜 탄핵! 하야!”가 오르내리며 그 동안 창과 방패를 거머쥔 썩은 쓰레기 같은 작자들이 이 나라를 망쳐놓았으니! 
최순실게이트로 시작하여 박근혜게이트가 되어 버려 여야 막론, 시민단체, 노동자와 농민, 대학생과 교수들, 온 국민의 시국선언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으니,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과 진배없구나! 세월호, 유병헌, 최태민, 박정희, 박근혜, 최순실로 이어지는 당국자들을 보며 피가 거꾸로 솟는다.
때마침 고(故) 백남기 님이 즐겨 부르시던 민중가요가 흐른다. 마지막 남은 소주 한잔을 털어 넣고 힘껏 따라 부른다.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 하자 /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 주자 /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 서산 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 / 해 떨어져 어두운 길 /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소주 한 병과 담배 한 갑이 다 떨어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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