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이 만들어낸 ‘그림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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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이 만들어낸 ‘그림자’ 이야기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6.11.0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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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립도서관에서 매주 월요일 ‘푸루푸루의 알’ 공연

 

▲지난 7일, 군립도서관 2층에서 열린 '푸루푸루의 알' 그림자극을 보기 위해 옥천유치원 아이들이 찾아왔다. 빛소담 회원들이 그림자극 공연이 끝난 뒤 재미난 율동으로 인사하고 있다.

 

빛과 소리를 담은 그림자극 동호회 ‘빛소담’ 활동
아이들과 소통하며 함께 책 읽는 ‘북 스타트’ 운동

검은 천으로 가린 무대에 하얀 배경, 불이 꺼지자 커다란 알과 타조 한 마리가 등장한다. ‘푸루푸루의 알’ 그림자극 공연이 시작된 것. 소란스럽던 아이들이 숨죽이자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실감나는 해설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재미난 그림자극에 ‘쏙’ 빠진 아이들은 그렇게 한 권의 책과 새로운 방식으로 친해졌다.
매주 월요일 아침, 군립도서관(관장 이정형) 2층에서 열리는 ‘빛소담’ 그림자극 동호회의 ‘푸루푸루의 알’ 공연이 인기다. 시오타 모리오가 지은 피카소 동화나라 시리즈 ‘푸루푸루의 알’을 그림자극으로 만든 것이다. ‘푸루푸루’라는 하마가 타조의 알을 품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지난 7일 아침 그림자극을 보러 온 옥천유치원 아이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 변화하는 그림자극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친구들아, 나와라 얍!”하고 함께 외치며 다음 장면에 어떤 동물 친구가 등장할지 궁금해 했다.

새로운 방식의 책 읽기 ‘그림자극’
언덕진 곳에 타조가 알을 낳았다. 그 중 하나가 떼굴떼굴 굴러 ‘푸루푸루’가 앉아 있던 곳에 멈췄다. 그 때부터 타조 알을 자기의 알이라고 착각한 ‘푸루푸루’는 다른 동물들의 조언을 들으며 정성스럽게 알을 품어 부화하게 된다. ‘꾸루꾸루’라는 이름도 지어 열심히 아이를 키우지만 자기와는 생김새도 다르고 물도 좋아하지 않는 모습에 걱정을 하면서도 ‘멋진 하마가 될 것’이라 믿는다.
여느 동화책과 다를 바 없지만 ‘그림자극’으로 보니 새롭다. 빛과 어둠이 만들어낸 ‘그림자’로 책을 읽다니… 어른들에게도 생소한 독특한 방법에 아이들은 푹 빠질 수밖에.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그림자극’ 공연은 군립도서관의 ‘북스타트’ 운동의 하나다. ‘북스타트’는 주민과 도서관이 함께 펼치는 사회적 육아지원 활동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한 아이들은 집중력이 높고 언어 습득도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알려지며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순창에서도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라는 취지로 18개월 미만 영유아 가정에 그림책을 담은 ‘책꾸러미’를 선물하고 도서관 책읽어주기, 공동육아 동아리, 찾아가는 ‘북스타트’ 등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무대 뒤에 쪼그리고 앉아서 자신이 맡은 동물의 움직임을 그림자로 표현해내는 빛소담 회원들.

 

‘한 시간 안에 책과 친해지려면’
‘그림자극’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은 평범한 엄마들이다. 18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매주 월요일 책 읽어주기 활동을 같이 해온 회원들 가운데 최정희, 이우정, 국진숙, 강미숙, 홍경희, 하선영, 황호숙, 정설진 씨가 모여 ‘그림자극’을 공부했다. 끼 많은 재주꾼 엄마들이 모여 ‘빛과 소리를 담다’는 뜻을 가진 ‘빛소담’이라는 그림자극 동아리를 만들었다. 회원 모두가 책놀이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그림자극을 시작하기 전, 먼저 아이들과 율동으로 인사한다. 긴장을 풀어주고 함께 동화책 한 권을 읽고 난후 본격적으로 그림자극 공연이 시작된다. “친구들아, 나와라 얍”하는 아이들의 외침에 등장한 동물 주인공들. 작은 화면을 채우기 위해 무대 뒤에서는 양 손에 동물모양 그림 막대를 든 ‘빛소담’ 회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흐름에 맞춰 그림을 바꾸고 음악도 알맞게 틀어주고 손발이 척척 맞는다. 얼굴도 목소리도 등장하지 않지만 회원들은 쪼그려 앉아 최선을 다한다.
30분여의 그림자극이 끝나면 5~6명씩 둘러 앉아 ‘푸루푸루’가 알을 품었던 것처럼 삶은 달걀에 정성껏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한다. 예쁘게 꾸민 달걀은 예쁜 종이컵 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는데 달걀을 든 아이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엄마들 노력으로 시작하는 책 놀이
‘빛소담’ 동아리는 지난달 열린 순창장류축제 기간에도 발효 소스 토굴에서 40여명의 아이들에게 그림자극 공연을 선보였다. 그 때도 반응이 좋았다. ‘빛소담’은 읍내까지 나오기 힘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을 위해 앞으로는 면 지역 어린이집을 찾아가 그림자극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해설 및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최정희 씨는 “좋은 책들을 그림자극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빛과 그림자로 이야기를 전달하면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처음 순창에서 사는 엄마들이 그림자극을 만들어 ‘유튜브(동영상 사이트)’에 올렸을 때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서툴렀지만 뿌듯했다”면서 “처음 만들다 보니 매회 새로운 것을 보완하려고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다. 음향 효과나 마이크소리, 음악이나 색감 등을 더 잘 표현해보고 싶다. 우리 이야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좋은 이야기를 찾아서 그림자극을 만들고 싶다. 풍성한 맛을 아이들이 듬뿍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푸루푸루’ 역할을 하고 있는 국진숙 씨는 “아이들이 보면서 깔깔깔 웃으며 재미있어하는 게 활력소다. 그림자극을 하면서 아이들이 웃는 소리에 힘든 마음이 싹 가신다”며 “그림자극은 엄마로 살아가면서 새롭게 시작한 도전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경험이지만 항상 설레고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맞는 느낌이 좋다. 앞으로도 도서관에서 그림자극 공연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형 군립도서관장은 “2년 여 동안 준비한 것이 이제 빛을 내고 있다. 앞으로는 찾아가는 북스타트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벌써 금과어린이집, 동계 작은 도서관 등 예약된 곳도 있다”며 “그동안은 노력봉사 형식으로 회원들이 고생했는데 도서관 전문인력육성사업에 선정돼 내년부터는 도에서 정한 기준에 맞춰 강사료를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면서 생활에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순창을 위해 다양한 북스타트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푸루푸루의 알’ 그림자극 문의 군립도서관 전화 650-5681, 5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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