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라ㆍ임병국 부부, 가양주 대회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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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라ㆍ임병국 부부, 가양주 대회 '금상'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11.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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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에서 만든 전통주, 세상을 놀래다

▲이유라ㆍ임병국 부부는 직접 농사지은 쌀로 술을 빚는다.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 주변에 알리지 않고 출전한 부부는 느닷없이 금상을 받아들고 왔다. 정성들여 만든 술은 쓴맛보다 단맛이 났고 깔끔하면서 고소했다.

‘순발력’ 회원들 평소 마시던 술 … 자신감 없어 출품 숨겨
 누룩 조금만 넣고 오랫동안 숙성 … 정철기 선생 방법 입증

발효의 고장 순창이 드러내놓기 어려운 발효식품이 있다. 발효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술인데 아쉽게도 순창을 대표해 자랑할 만 한 술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순창에서 최근 기쁜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순창에서 만든 술이 전국 규모의 대회에 수상한 것. 술을 빚은 주인(酒人)을 만났다. 마침 베트남 여행을 마치고 도착한 중년 부부는 “여행은 다닐 수 있을 때 빨리 갔다 와야 한다”며 안내했다. 부부의 술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유라(51ㆍ적성 지내)ㆍ임병국(51) 부부는 자신들이 술을 배우고 빚기 전까지 대한민국의 술은 소주와 맥주만 있는 줄 알았다. 전통주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1년 전 부터다. 귀농한 지 3년 된 부부는 자급자족을 목표로 농사를 짓다가 지난해부터 순발력(순창발효의 힘) 동아리에 가입해 전통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부부가 술을 빚고 나서 안타까워한 것은 우리나라의 술 역사였다. 이유라 씨는 “옛날에는 집집마다 술독이 있어 술을 만들어마셨다. 당연히 집마다 맛이 달랐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쌀을 수탈해가며 가정 양조를 못하게 했다. 그 뒤로 국가는 주세를 빌미로 술을 통제하며 가정 제조를 금지시켰고 소주와 맥주만 남게 됐다. 전통주를 키워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술이 이것이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술은 마시면 사라지지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기록이 고스란히 남는다. 그리고 다음 술맛이 좋아지는 양분이다.

순발력에서는 발효의 원리와 식품을 공부하며 술을 빚었다. 부부는 여기에서 술을 제대로 배웠다. 회원들이 술 빚기를 배워 직접 만든 술은 다른 술보다 맛이 훨씬 뛰어나고 나누는 행복도 느낄 수 있었다. 이 행복을 이어가고 싶은 부부는 자신들의 술 이름을 정담주로 지었다. ‘정을 담아 만들고 정을 나누는 술, 그래서 함께 행복한 술’이라는 뜻이다. 정담주는 부부의 사랑을 받고 조금씩 맛을 내기 시작했는데 그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이 순발력 동아리 회원들이고 두 번째가 미식대전 심사위원들이었다.
부부는 지난달 24일 과천에서 열린 제7회 전국 가양주 주인(酒人) 선발대회에 정담주를 출품해 금상을 받았다. 자신감 부족으로 이번 대회에 출품한 것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가 덜컥 큰 상을 받은 것이다. 이 씨는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전일환 씨의 추천으로 나갔다. 전 씨도 이 대회에서 본선에 오르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씨는 “선착순으로 180명을 신청 받고 본선에는 40명이 올랐다. 그리고 13명을 시상하는 대회였다. 내 술을 빚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데다 자신감도 없어 조용히 출전했다. 술 맛도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당연히 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도 안 했고 호명할 때 이름도 못 들었다”며 웃었다. 임병국 씨는 “대회에 명인들이 많이 출전하는데다 기계로 측정해 화학첨가물은 처음부터 걸러지는 대회여서 장난은 있을 수 없었다. 이제 시작인 셈이다”고 말했다.
이 씨 부부는 직접 농사지은 쌀로 술을 빚는다. 군내에 알려진 지 얼마 안 된 히토메보레 쌀을 우렁이농법으로 재배해 정성껏 빚는다. 부부가 만든 전통술은 누룩을 조금만 넣고 황토방에서 오랫동안 발효시킨다. “누룩 냄새를 줄이고 술에서 나오는 순수한 향이 더 나오도록 해야 깔끔한 맛도 난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술을 만들어도 매번 같은 술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씨는 “술은 온도와 습도에 굉장히 민감하다. 미생물인 누룩이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비가 오거나 습한 날은 피하고 날씨가 좋을 때 술을 시작해야 한다. 대체로 여름에 빚은 술은 숙성기간이 짧고 겨울에 빚은 술은 길다. 술을 빚은 후 한 달이 지나면 술을 걸러서 마실 수 있는데 그 뒤로도 계속 숙성시키면 더 깊고 좋은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술 맛이 별로였다고 얘기한 것은 방법이 틀려서가 아니라 숙성기간이 부족한 데 대한 아쉬움이었다.
누룩 전문가인 정철기 선생으로부터 전통주 교육을 받은 부부는 그의 방법을 따라 매일 공책에 술 상태를 적어가며 경험과 자료를 축적해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 수상을 통해 그 방법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이 씨 부부는 자신들의 수상이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부부가 만든 술은 순발력 회원들이 평소 배운 대로 만들어서 나눠 마시던 평범한 술이었기 때문이다. 순발력 회원들은 서로 만든 술이 대체로 비슷하고 맛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얼마나 맛있는 술인지 평가받을 기회가 없었다. 그저 맛있게 마시고 행복했던 술이 알고 보니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큰 상을 받을 정도로 굉장한 술이었던 것이다. 이 씨에게 출전을 권유한 전일환 씨도 본선에 오르며 선전했다. 부부는 올해 초 군에서 열린 소스박람회에 출전해 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다. 부부는 내년 가양주 대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출전하도록 회원들을 독려하기로 했다.
부부는 공기 좋고 물 맑고 발효로 유명한 순창의 특산품에 전통주가 당당히 포함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노력할 계획이다. “술 떨어지는 게 보이면 우리도 안절부절 못한다. 상까지 받아서 사람들이 술맛 좀 보자고 하는데 양이 부족해 걱정이다. 당장 술을 만들어야 한다”며 웃는 부부는 자신의 술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전령이 된다고 믿고 있다.
※<가양주(家釀酒)>: 집에서 빚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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